“이 과일” 껍질까지 먹으면 이빨 충치세균 키웁니다
건강을 생각해서 과일을 껍질째 먹는 분들 많으시죠. ‘껍질에 영양이 많다’, ‘식이섬유가 풍부하다’는 말을 들으면 자연스레 껍질째 섭취하게 됩니다. 실제로 사과, 포도, 배처럼 껍질에 항산화 물질이 많이 들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여러 번 소개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과일의 껍질이 치아 건강에는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특히 오늘 소개할 귤껍질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껍질까지 먹으면 면역력 향상이나 감기 예방에 좋다는 이야기 때문에 일부 분들은 차로 끓이거나, 말려서 섭취하곤 합니다. 그러나 귤껍질 속에 포함된 산성 성분과 잔류 농약, 그리고 점착성 당분은 오히려 치아 표면을 부식시키고, 충치 세균이 자라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고가 필요합니다.
귤은 대표적인 산성 과일입니다.
귤의 pH는 약 3~4 정도로, 비교적 강한 산성에 속합니다. 이러한 산성 성분은 식후 바로 섭취하게 될 경우, 특히 치아가 무방비 상태일 때 치아 법랑질을 약하게 만들어 충치 유발 환경을 형성하게 됩니다. 껍질에는 이 산성 성분이 더 농축되어 있고, 특히 껍질에 남아 있는 미세한 유기산과 당분이 치아 사이에 달라붙어 장시간 입속에 머물게 됩니다. 이로 인해 구강 내 충치균이 활동하기에 훨씬 유리한 환경이 형성됩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귤껍질은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잔털과 미세한 틈새가 많아 농약이나 방부제 잔류 가능성이 다른 과일보다 높습니다.
보통 껍질째 먹을 생각이 없으면 일반 세척으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데, 껍질을 말려서 차로 우려먹거나 조청에 절여 먹는 경우, 이 잔류 화학물질이 입속에 직접적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런 성분들 또한 구강 점막이나 잇몸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충치 외에도 잇몸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또한 귤껍질을 말려 섭취할 때 주로 조청, 꿀, 설탕 등에 절이거나 덖는 방식으로 조리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점성이 강한 당분이 껍질에 깊게 스며들면서, 단순히 당분 섭취량이 증가하는 것을 넘어, 끈적한 형태로 치아 사이에 잔류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점입니다. 단당류나 정제당은 구강 내 세균의 대표적인 먹이가 되며, 충치균은 이 당을 에너지로 삼아 산을 배출하고, 이 산이 다시 치아를 부식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치아 건강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수칙 중 하나는 식사 후 입속에 음식 찌꺼기를 남기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귤껍질을 이용한 간식류는 말 그대로 ‘치아에 달라붙는 간식’으로, 무심코 먹었다가 양치하지 않고 잠든 날이면 그야말로 충치균에게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는 셈입니다. 특히 취침 직전이나, 구강 내 침 분비량이 줄어드는 새벽 시간대에 이러한 식품이 남아 있다면 구강 내 산도는 더욱 높아지고, 법랑질은 빠르게 약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귤껍질을 아예 멀리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껍질의 영양을 활용하되, 올바른 방법으로 섭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귤껍질을 사용할 경우에는 반드시 식초물이나 중성세제로 세척 후, 베이킹소다 등을 활용한 이중 세척을 거치는 것이 좋습니다. 이후 햇볕에 완전히 말려 수분기를 제거하고, 조청 등 당분을 가하지 않은 형태로 차로 짧게 우려먹는 정도가 적절합니다.
귤 이외에도 껍질째 섭취할 때 주의가 필요한 과일이 몇 가지 더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자몽, 오렌지, 그리고 일부 국산 레몬 역시 껍질에 산성이 농축되어 있고, 왁스 처리된 경우도 많아 장기 섭취 시 치아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 특히 껍질을 씹어 삼키는 경우에는 법랑질 부식과 더불어 구강 내 마찰에 의한 잇몸 손상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건강을 챙기려는 의도로 시작한 식습관이 오히려 구강 건강을 망칠 수도 있다는 사실,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치아는 한 번 손상되면 복구가 어렵고, 충치가 진행된 후 느끼는 통증이나 치료 과정은 생각보다 번거롭고 고통스럽습니다. 좋은 음식이라도 섭취 방식과 타이밍, 가공 방법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오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단순합니다.
과일 껍질이 좋다는 말, 무조건 믿고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과 상황, 특히 구강 건강 상태에 맞춰서 적용하시길 바랍니다. 특히 아이들이나 노년층처럼 치아가 약한 분들, 또는 이미 잇몸 질환이 있는 분들이라면 껍질 섭취는 꼭 전문가와 상의한 뒤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사소한 껍질 하나지만, 그 껍질이 입안 세균을 키울 수도, 몸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내 몸의 첫 관문인 치아 건강, 오늘부터는 껍질 섭취 습관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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