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성능으로 밀려난 K-방산” 호주가 일본 군함을 선택한 이유

호주, 일본 ‘모가미’형 신형 호위함 선택 배경

2025년 8월, 호주 정부는 100억 호주 달러(약 9~10조 원)를 투입해 노후된 호위함 11척을 교체하는 사업과 관련해 일본과 우선 협상할 뜻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협상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제작하는 최신예 ‘모가미’형 호위함이 대상이며, 이 함정은 일본이 처음으로 해외에 파는 완성품 방위장비다.

• ‘모가미’함은 길이 133m, 폭 16.3m에 달하며, 디젤-가스 복합 추진으로 연료 효율이 높고 전투 시 고속 운용이 가능하다.
• 90명의 적은 인원으로 운용할 수 있어 인력 부담을 크게 줄였으며, 기뢰 제거 능력을 포함한 다목적 기능이 특징이다.
• 호주 국방부 장관인 리처드 말스는 인원 운용의 효율성, 레이더 성능 우수성 등을 선택 이유로 들었다.

일본은 11척 중 3척을 자국에서, 나머지 8척을 호주에서 생산할 예정이며, 이 계약은 일본의 평화헌법 아래 엄격하게 제한돼 온 방위장비 수출 역사상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한국 방산과의 경쟁에서 일본이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이유

한국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도 이번 호주 호위함 사업 후보로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으나, 일본의 ‘모가미’형이 우선 협상 대상자로 낙점됐다. 이는 단순 가격 경쟁 이상의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 일본은 과거 호주 잠수함 사업에서의 실패를 거울삼아 민관 협력과 초기부터 맞춤형 전략, 적극적 현지 홍보와 소통에 심혈을 기울였다.
• 방위성, 미쓰비시중공업, 연구기관이 협업해 호주 해군의 요구와 운용 편의성 등을 철저히 반영한 개량형 공동 개발을 제안했다.
• 자동화된 첨단 시스템으로 인한 인력 절감, 유지·운영 비용 절감 부분을 부각해 호주 측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 미·일·호 안보 협력 강화라는 전략적 가치도 구매 결정을 좌우한 중요한 배경이다.

반면 한국 방산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현지화 노력과 맞춤 전략, 협업 체계 구축에서 일본에 다소 밀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왜 일본을 선택했나 – 검증된 성능과 전략적 파트너십

‘모가미’함은 첨단 스텔스 기능과 32기 수직발사대 등 최신 무기체계를 갖췄으며, 특히 기뢰 제거 임무에 특화돼 호주 해군 작전 특성에 부합한다.

• 장시간 운용에 적합하도록 효율적인 인원 배치, 유지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춘 설계가 돋보인다.
• 일본은 해상자위대의 여러 최신 함정을 실전을 통해 검증받아 호주의 안보 환경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 미국산 미사일 등 호주의 기존 무기체계와 호환 가능한 개조 능력도 구매 결정에 긍정적 역할을 했다.

호주는 미국과의 동맹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기에, 전략적 유대감을 반영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한국 방산이 밀렸나? – 과제와 향후 전망

한국 방산은 세계 수준의 조선 및 군수산업 경쟁력을 보유해 왔으나, 호주의 이번 대형 호위함 사업에서는 최종 우위를 확보하지 못했다.

• 차별화된 설계, 맞춤형 현지화 전략, 긴밀한 정부-기업 협업, 그리고 전략적 관계가 일본에 더 유리하게 작용했다.
• 호주 시장은 특히 ‘인력 효율’과 ‘무기 체계 상호 운용성’을 중시해 이에 대응한 일본의 준비가 돋보였다.
• 한국은 향후 동남아, 중동, 기타 국가의 군함 수출 시장에서 경험과 전략을 보완해 재도약을 노릴 필요가 있다.

이번 사업 수주는 일본에게는 방위산업 수출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이며, 한국 방산에게는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글로벌 협력 및 현지화 전략 개선을 요구하는 신호탄이다.

일본 평화헌법과 방위산업의 변화가 만들어낸 기회

과거 평화헌법에 따라 방위장비 수출이 엄격히 제한됐던 일본은 최근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모가미’형 호위함 수출은 일본 방위산업의 새로운 장을 연 계기이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의 방위기술과 경제적 영향력을 확장하는 중요한 전략이다.
이 같은 변화는 호주를 비롯한 인도·태평양 동맹 국가들과의 안보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모멘텀이 되고 있다.

일본 ‘모가미’호 선택은 단순 무기 경쟁 이상, 전략과 협력의 산물

호주가 일본 ‘모가미’형 호위함을 선택한 것은 경제성과 기술력, 전략적 협력 네트워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국 방산 진영이 이번에 우위를 점하지 못한 배경에는 일본의 맞춤형 전략과 글로벌 안보 환경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이는 한국이 글로벌 방산 시장 진출 및 확장을 위한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된 기회이기도 하다. 앞으로 한일 및 세계 방산 경쟁은 기술력뿐 아니라 현지화, 동맹국 간 협력 강화, 포괄적 국방외교 경쟁력도 필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