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닭을 요리 전에 물에 씻는 습관은 위생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식중독 위험을 오히려 더 높이는 행동이다. 생닭 표면에는 캠필로박터나 살모넬라 같은 유해 세균이 존재할 수 있는데, 흐르는 물로 닭을 씻으면 이 세균이 싱크대, 조리대, 주변 식기까지 튀면서 2차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물방울이 닭 표면에서 튈 때, 그 범위가 최대 50cm 이상까지 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즉, 세균을 제거하려다 주방 전체에 퍼뜨리는 결과를 낳는 셈이다. 닭 표면에 붙은 세균은 70도 이상의 온도에서 조리할 때 대부분 사멸되기 때문에, 별도로 씻지 않고 바로 조리에 들어가는 것이 더 안전한 방법이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나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생닭 세척을 아예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버섯은 세척하면 식감과 영양이 망가진다
버섯은 대표적인 수분 흡수 식재료로, 물에 닿으면 조직이 쉽게 무르고 식감이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특히 양송이나 표고처럼 표면이 부드러운 종류는 세척 시 물을 머금으면서 표면이 축축해지고, 조리 시 물이 빠지면서 향과 맛이 약해지고 조직이 흐물흐물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게다가 세척 과정에서 영양 성분 중 일부가 물에 녹아 흘러나가면서, 영양 손실도 발생할 수 있다.
사실 버섯은 흙이나 먼지가 묻어 있더라도 젖은 키친타월이나 마른 솔로 표면만 가볍게 닦아내는 정도로 충분한 위생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식중독균이 번식할 정도로 버섯 표면에 세균이 남아 있는 경우는 드물고, 고온에서 조리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살균도 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세척은 오히려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물 세척은 조리 전 마지막 단계까지 미루는 게 좋다.
생선은 흐르는 물보다 수분 제거가 우선이다
생선도 많은 사람들이 요리 전에 씻는 식재료 중 하나지만, 이 역시 씻는 방식에 따라 식중독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식품이다. 특히 내장을 제거한 생선을 물에 씻으면, 생선 내부의 장 내용물이 외부로 퍼지면서 오염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크다. 내장에는 자연 상태의 박테리아뿐 아니라 부패를 유도하는 미생물이 다량 존재하기 때문에, 수세 과정에서 이를 손으로 만지거나 주변 식기로 튀게 되면 위생 문제가 생긴다.
게다가 생선 살은 연하고 조직이 약해서, 세척 시 조직 손상이 생기면 박테리아가 근육 사이로 스며들 가능성도 있다. 생선은 표면의 점액질을 키친타월로 닦아내고, 수분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준비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위생적이다. 내장을 제거한 후에는 손과 조리도구를 바로 세척하고, 도마와 칼도 분리해서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시판 계란은 세척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
계란 껍데기를 씻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중에서 판매되는 계란은 이미 세척과 살균 과정을 거친 제품이기 때문에 별도로 씻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세척을 잘못하면 껍질 표면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세척수에 포함된 세균이 내부로 침투할 가능성이 생긴다. 특히 계란은 세척 후 바로 사용하지 않고 보관할 경우, 껍질 위의 보호막이 제거되면서 외부 세균이 알 안쪽으로 침투하는 환경이 된다.
냉장 보관 시 결로 현상으로 인해 수분이 생기면, 더 쉽게 오염이 진행될 수도 있다. 계란은 표면에 흙이나 이물질이 있는 경우 마른 천으로 닦는 정도로 충분하며, 조리 직전에 바로 깨뜨려 사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익히는 과정에서 고온에 의해 대부분의 세균이 사멸되므로, 불필요한 세척은 오히려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무조건 씻는 습관보다 식품별 특성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식재료를 씻는 것을 ‘기본 위생’이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식품에 똑같은 방식으로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오염 가능성을 높이고, 식품 자체의 품질과 안전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특히 동물성 단백질이나 발효된 곡물, 수분을 잘 흡수하는 식재료는 세척에 예민하기 때문에 식품 고유의 구조와 세균의 이동 경로, 조리 환경까지 고려한 방식으로 다루는 게 중요하다.
무조건 흐르는 물로 씻는다고 안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박테리아를 퍼뜨리는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안전한 조리는 위생적인 조리도구 사용, 교차 오염 방지, 그리고 식품별 특성에 맞는 준비 방식에서 시작된다. 과도한 세척보다 식품의 본질을 이해하고 다루는 게 진짜 위생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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