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른 오징어를 불에 직접 구우면 특유의 고소한 향과 맛이 나지만, 이 과정에서 화학 반응이 일어난다. 특히 단백질과 당분이 고온에서 만나면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 색과 향이 변한다.
문제는 이 반응이 200℃ 이상으로 올라가면 발암 가능성이 있는 ‘벤조[a]피렌’과 같은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가 생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마른 오징어는 수분 함량이 낮아 온도가 빠르게 올라가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도 발암물질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발암물질의 건강 위험성
벤조[a]피렌과 같은 PAH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인체에 장기간 축적될 경우 간암, 위암, 폐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른 오징어처럼 단백질 함량이 높은 식품은 고온 가열 시 이런 물질이 쉽게 생긴다. 특히 술과 함께 섭취하면 간에서 발암물질 해독 속도가 늦어져 체내 노출 시간이 길어진다. 맥주 안주로 즐겨 먹는 사람일수록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조리 온도와 시간의 중요성
마른 오징어를 굽는 온도와 시간은 발암물질 생성량에 큰 영향을 준다. 직화로 오래 굽거나, 토치로 표면을 그을리면 벤조[a]피렌 농도가 급격히 증가한다. 반대로 낮은 온도에서 짧게 조리하거나, 전자레인지처럼 직접 불이 닿지 않는 방식을 쓰면 발암물질 생성이 줄어든다.
즉, 같은 마른 오징어라도 조리 환경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조리할 때 표면이 까맣게 탄다면 이미 발암물질이 생성됐다고 봐야 한다.

발암물질을 줄이는 대안 조리법
마른 오징어를 안전하게 먹으려면 가열 온도를 낮추고, 조리 시간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팬이나 오븐에서 간접적으로 데우거나, 전자레인지로 20~30초 정도만 가볍게 데우면 맛과 식감을 유지하면서도 발암물질 생성을 줄일 수 있다.
또 조리 전 살짝 물에 적셔 수분을 보충하면 온도 상승 속도가 완화돼 유해물질 생성을 억제할 수 있다. 먹을 때 탄 부분은 반드시 제거하고, 채소나 과일과 함께 섭취하면 항산화 성분이 발암물질의 일부 독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적정 섭취와 생활 속 주의점
마른 오징어는 단백질과 타우린이 풍부하고, 씹는 맛 덕분에 포만감을 주는 건강 간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자주, 특히 고온 직화로 조리해 먹는 습관은 발암물질 노출을 높인다. 맥주 안주로 먹을 때도 한 번에 많은 양을 섭취하기보다, 소량을 다양한 안주와 함께 나눠 먹는 것이 좋다.
또한 평소에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채소, 해조류,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면 발암물질의 체내 영향 감소에 도움이 된다. 결국 안전한 조리와 균형 잡힌 식습관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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