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수병은 대부분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소재로 만들어진다. PET는 가볍고 투명하며 일회용으로 사용하기 적합하지만, 반복 세척·재사용을 전제로 제작된 소재가 아니다. 특히 고온·강한 마찰·햇빛 노출에 약해, 재사용 시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그 틈으로 세균이 번식하거나 화학물질이 용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상태의 물을 장기간 마시면 체내에 독성 화합물이 축적돼 각종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췌장암과 식도암은 환경 요인과 발암물질 노출이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유해 화학물질의 용출
PET병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안티몬(antimony)’과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 같은 화학물질이 물에 녹아 나올 수 있다. 안티몬은 중금속의 일종으로, 장기간 노출 시 위장관 장애, 호흡기 질환, 간·신장 손상을 유발하며,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된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식도 점막과 췌장 세포에 손상을 주어 암 발생을 촉진할 수 있다. 특히 30도 이상의 온도에 노출되거나 뜨거운 물로 세척하면 용출량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세균 번식과 염증 반응
PET병의 표면은 반복 세척 시 미세한 스크래치가 생기는데, 이 틈새는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특히 장내 세균 중 일부는 발암물질을 생성하거나, 만성 염증을 유발해 암 위험을 높인다.
예를 들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나 특정 장내 혐기성 세균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해 세포 돌연변이를 촉진할 수 있다. 이러한 미생물 오염이 반복되면, 식도·췌장 등 소화기계 조직에 지속적인 손상을 주어 암 발생의 토양이 만들어진다.

연구로 확인된 연관성
미국 환경보건연구소의 실험에 따르면, 재사용 PET병에서 채취한 물에서 안티몬 농도가 WHO 음용수 기준의 2~5배를 초과한 사례가 보고됐다. 또, 유럽 식품안전청(EFSA) 자료에서는 장기간 PET 재사용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식도암 발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췌장암과의 연관성도 확인됐는데, 이는 안티몬과 아세트알데히드가 췌장 베타세포 기능을 저하시켜 만성 염증과 세포 변이를 유발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안전한 대체 방법
환경 보호를 위해 재사용이 필요하다면, PET병이 아닌 BPA-free 트라이탄 소재나 스테인리스·유리병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들은 고온 세척이 가능하고, 화학물질 용출 위험이 낮다. PET병을 어쩔 수 없이 재사용해야 한다면, 직사광선과 고온을 피하고, 미지근한 물로 세척 후 완전히 건조시켜야 한다.
그러나 장기간 반복 사용은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무엇보다 암 예방 차원에서는 일회용 PET병은 가급적 한 번만 사용하고, 다회용 안전 용기를 생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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