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사람들은 ‘혈압이 정상이라면 소금을 많이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소금 섭취량이 많으면 혈압 수치가 정상이어도 혈관벽 손상, 혈관 내피 기능 저하, 염증 반응이 촉진될 수 있다.
특히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은 세포 간 수분 균형과 신경전달, 근육 수축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과다 섭취 시 체내 나트륨 농도가 높아져 삼투압 불균형이 생긴다. 이 과정에서 혈관이 팽창·수축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미세한 손상이 반복돼 장기적으로 동맥경화 위험이 증가한다.

나트륨이 혈관에 미치는 직접 영향
나트륨 과잉은 혈관 내피세포에서 산화질소(NO) 생성을 억제한다. 산화질소는 혈관을 이완시켜 혈류를 원활하게 하는 물질인데, 이 기능이 떨어지면 혈관이 경직되고 말초혈관 저항이 증가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혈압과 관계없이 심장과 뇌로 가는 혈류 공급이 나빠져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미국 조지아대 연구팀은 정상 혈압을 가진 젊은 성인이라도 고염식 섭취 후 혈관 확장 반응이 30% 이상 감소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즉, 혈압 수치만으로 혈관 건강을 평가하는 것은 불완전하다.

혈관 손상과 염증 반응
소금 과잉 섭취는 혈액 속 나트륨 농도를 높여 백혈구와 혈관 내피세포 사이의 염증 반응을 활성화시킨다. 이때 방출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혈관벽을 손상시키고, 작은 상처 부위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되면서 동맥경화가 진행된다.
독일 막스델브뤽 분자의학연구소 보고서에서는 고염식이 장내 미생물 구성까지 변화시켜, 장벽 투과성을 높이고 전신 염증 상태를 유발한다고 밝혔다. 이런 만성 염증은 혈관뿐 아니라 신장, 뇌, 망막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소금 섭취와 심뇌혈관질환 위험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나트륨 섭취 권장량을 2g 이하(소금 5g 이하)로 제한하지만, 한국인의 평균 섭취량은 그 두 배 이상이다.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혈압이 정상인 사람도 나트륨을 하루 4g 이상 섭취하면 심뇌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1.5배 높아진다. 특히 혈압이 정상이어도 가족력이 있거나 흡연·비만·운동 부족 등의 위험 요인을 가진 경우, 고염식이 발병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건강한 나트륨 관리 방법
혈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소금 자체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가공식품·외식·즉석식품 속 숨은 나트륨까지 확인해야 한다. 가급적 신선한 채소와 과일, 통곡물, 견과류를 섭취해 칼륨 섭취량을 늘리면 나트륨 배출에 도움이 된다.
조리 시에는 소금 대신 허브·레몬·식초 등을 활용해 간을 하고, 젓갈·장아찌·라면·인스턴트 음식 섭취 빈도를 줄인다. 나트륨 섭취를 서서히 줄이면 미각이 적응해 짠맛에 대한 욕구도 감소한다. 혈압이 정상이어도 평소 나트륨 섭취를 관리하는 습관이 결국 혈관과 심장을 오래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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