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인은 매일 환경호르몬, 중금속, 가공식품 속 첨가물 등 다양한 화학물질에 노출된다. 플라스틱 용기에서 나오는 비스페놀A(BPA), 살충제 잔류물, 식품 포장재 속 프탈레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물질들은 간과 신장에서 해독 과정을 거치지만, 일부는 체지방이나 장 점막에 축적돼 장기간 남는다.
축적된 화학물질은 호르몬 교란, 염증 반응, 대사 기능 저하를 일으켜 비만, 당뇨, 암 등 각종 질환 위험을 높인다. 따라서 단순히 노출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체내에 들어온 독성물질을 어떻게 배출하느냐도 중요하다.

섬유질이 화학물질 배출을 돕는 원리
식이섬유는 소화 효소로 분해되지 않고 장을 통과하는 식품 성분으로, 수용성과 불용성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수용성 섬유질은 장 속에서 젤처럼 변해 담즙산, 중금속, 일부 환경호르몬과 결합해 변으로 배출시킨다.
불용성 섬유질은 장 운동을 촉진해 장 통과 시간을 단축시켜, 독성물질이 장벽을 통해 재흡수되는 것을 막는다. 이 과정에서 체내에 남아 있던 화학물질이 효과적으로 제거되며, 간의 해독 부담도 줄어든다.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에서는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한 그룹에서 혈중 BPA 농도가 평균 20% 이상 낮았다.

식사 전 섬유질 섭취의 장점
식사 전에 섬유질을 섭취하면 음식물과 함께 들어올 수 있는 화학물질의 흡수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채소나 해조류를 먼저 먹으면 장 속에서 섬유질이 방어막 역할을 하여 이후 섭취하는 주 요리 속 첨가물이나 잔류 농약과 결합해 흡수율을 낮춘다.
일본 국립보건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식전 섬유질 섭취군은 그렇지 않은 군보다 폴리염화비페닐(PCB)과 같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의 혈중 농도가 유의하게 낮았다. 또한 혈당 급상승을 완화해 인슐린 분비를 안정시키는 부가 효과도 있다.

어떤 섬유질이 효과적인가
수용성 섬유질은 귀리, 보리, 사과, 당근, 다시마, 미역 등에 풍부하며, 불용성 섬유질은 현미, 브로콜리, 양배추, 콩류, 견과류에 많다. 화학물질 배출을 위해서는 두 종류를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특히 해조류의 알긴산, 펙틴 등은 중금속과 환경호르몬 결합력이 높아 ‘천연 해독제’로 불린다. 하루 권장 섬유질 섭취량은 성인 기준 25~30g이지만, 대부분의 현대인은 절반도 채우지 못하므로 식단 조절이 필요하다.

생활 속 실천 방법
아침 식사 전 샐러드나 데친 채소를 먼저 먹거나, 점심·저녁에 국물 요리 전에 해조류 무침을 곁들이면 식전 섬유질 섭취 습관을 쉽게 만들 수 있다. 간식으로는 사과·배 같은 껍질째 먹는 과일이나 무가당 견과류가 좋다.
물을 충분히 마셔야 섬유질이 장에서 원활히 작용하므로 하루 1.5~2리터 수분 섭취도 중요하다.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고, 가능하면 친환경 채소·곡류를 선택하면 섬유질의 해독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장 건강, 혈당 조절, 체내 독소 배출까지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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