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이 없는 고대어의 진화에 대한 그간의 생각을 뒤집는 발견에 학계가 주목했다. 약 4억1000만 년 전 지구상에 출현한 고대 물고기는 턱만큼이나 심장 등 다른 장기가 극적으로 진화한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과 프랑스, 캐나다 고생물학자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이달 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조사 보고서를 내고 고생대 데본기 원시 어류 노르셀라스피스 글라시알리스(Norselaspis glacialis)가 턱을 가진 척추동물 조상 연구의 근간을 흔들었다고 전했다.
고생물학자들은 턱을 가진 물고기가 육상 동물로 진화했다고 여겨왔다. 지구상에 최초의 물고기가 나타난 것은 약 5억 년 전으로, 빛이 닿기 어려운 해저 근처에 발생한 고대어는 입만 벌리고 먹이를 빨아먹을 뿐 턱도 이도 갖지 않았다. 다시 1억 년이 지나서야 턱뼈를 가진 유악류(악구상강)가 바다를 지배했고, 그 계통에서 네 다리를 가진 육상 동물이 등장했다는 게 정설처럼 받아들여졌다.

연구팀은 육상 동물의 진화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1969년 북극해에서 발굴한 화석을 재조사했다.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의 사암에 묻힌 화석 수천 개가 오랜 시간 방치됐다가 연구팀에 의해 분석됐는데, 약 1.3㎝의 작은 샘플 하나가 특히 정밀 조사의 대상이 됐다.
미국 시카고대학교 고생물학자 마이클 코츠 박사는 “우리가 중점 분석한 작은 화석은 약 4억1000만~4억700만 년 전 데본기 전기에 서식한 노르셀라스피스 글라시알리스의 두개골”이라며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화석을 싱크로트론 방사로 스캔해 골격과 장기, 근육을 디지털 모델로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구축한 노르셀라스피스의 디지털 모델에서 턱이 없는 척추동물, 즉 무악류에 존재하지 않는 특징이 여럿 파악됐다”며 “특히 주목할 것은 풍부한 혈액을 온몸으로 배출하는 강한 심장과 굵은 혈관”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모델화한 노르셀라스피스 글라시알리스는 상어의 심장을 가진 칠성장어처럼 보였다. 사람보다 1개 많은 7개의 근육으로 움직이는 안구와 몸에 비해 매우 큰 내이 등 다른 기관도 눈에 띄었다. 사람 덩치에 대입하면 내이는 아보카도, 심장은 멜론 정도로 상당히 발달했다.
또한 아가미 뒤에는 비스듬히 뻗은 패들 모양의 지느러미가 부착돼 빠른 방향 전환과 정지, 가속이 가능해 보였다. 턱이 없는 것을 감안할 때 이런 기동력은 사냥감을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턱이나 치아가 진화된 포식자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수단일 가능성이 있다.

마이클 코츠 박사는 “노르셀라스피스 글라시알리스 화석의 상세한 분석을 통해 우리는 어깨에 해당하는 부위의 신경이 아가미로 향하는 신경과 분리된 것도 알 수 있었다”며 “이는 사지동물의 어깨가 목과 연동되는 새로운 구조로 발달했고, 이윽고 머리와 몸통을 나눴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사는 “초기의 턱이 없는 물고기는 머리부터 몸통까지 일체형이지만 턱을 가진 물고기는 목이 분명히 발달됐다”며 “턱의 진화 과정은 여전히 수수께끼지만, 적어도 이번 발견은 척추동물의 진화가 학자들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이뤄졌음을 시사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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