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철, 갑작스러운 심장 두근거림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위로 인한 심박수 증가나 탈수로 발생하는 일시적인 두근거림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심각한 심장 질환의 전조가 숨어 있을 수 있다. 특히 심방세동은 여름철 심혈관계 부담이 커질 때 증상이 촉발되기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
심방세동은 심장의 두 상방(심방)이 불규칙하고 빠르게 뛰는 부정맥의 일종이다. 정상적으로는 심방과 심실이 일정한 리듬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지만,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심방이 무질서하게 떨리듯 수축해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지 못한다. 이로 인해 심실로 가는 혈액 흐름이 불규칙해지고, 전신에 혈액을 보내는 펌프 기능이 저하된다.
여름철에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체온이 상승하고 탈수 위험이 높아진다. 이때 혈액 점도가 높아지고 전해질 균형이 깨지면 심장의 전기 신호 전달이 불안정해져 심방세동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은 여름철 두근거림 증상을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한다.
심방세동의 대표적인 증상은 두근거림, 호흡 곤란, 가슴 압박감, 어지럼증, 피로감이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무증상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러한 ‘무증상 심방세동’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뇌졸중의 갑작스러운 발생 가능성 때문이다. 심방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면 혈액이 고이게 되고, 그 안에 혈전이 형성돼 뇌혈관을 막을 수 있다. 실제로 대한심장학회 자료에 따르면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위험은 정상인보다 약 5배 높다.
진단은 심전도 검사로 가능하다. 심전도에서 불규칙하고 빠른 심방 활동이 확인되면 심방세동을 확정할 수 있다. 휴대용 심전도 기기나 웨어러블 심박수 측정기를 활용하면 발작성 심방세동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치료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첫째, 부정맥 자체를 조절하는 ‘리듬 조절’과 둘째, 혈전 생성을 막아 뇌졸중을 예방하는 ‘항응고 요법’이다. 약물치료로 심박수를 안정시키거나, 전기충격을 통한 심율동 전환(cardioversion), 또는 고주파 절제술(ablation) 같은 시술이 고려될 수 있다. 항응고제는 환자의 뇌졸중 위험도를 평가해 장기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예방을 위해서는 여름철 심장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탈수를 예방하고, 무더운 시간대의 격렬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 또한 카페인, 알코올, 고염식 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인 수면을 유지하는 것이 심장 리듬 안정에 도움이 된다.
최근 미국 메이요클리닉 연구팀은 여름철 심방세동 발생률이 기온 상승과 함께 증가한다고 보고했다. 기온이 30도 이상인 날에는 심방세동 응급실 내원 환자가 평균 15% 증가했다는 분석 결과다. 연구팀은 고온 스트레스가 심장 전기전도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두근거림이 반복되거나 호흡 곤란, 흉통이 동반된다면 즉시 심장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심방세동은 조기 발견 시 약물과 시술로 정상 리듬 회복이 가능하지만, 방치하면 심부전과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여름철 갑작스러운 심장 두근거림은 단순한 일시적 증상이 아닐 수 있다. 특히 기저 질환이 있거나 이전에 부정맥 경험이 있다면, 심방세동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빠른 검사를 받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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