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아이브(IVE)가 최근 공개한 네 번째 미니앨범 ‘아이브 시크릿(IVE SECRET)’의 트레일러 영상이 반일 논란에 휘말렸다. 일본 현지에서도 분석 기사가 나올 만큼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
아이브가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이달 8일 공개한 트레일러 영상 ‘시크릿, 큐피드(Secret, Cupid)’는 ‘아이브 시크릿’ 앨범 수록곡들의 테마와 하이라이트를 압축했다. 1분43초짜리 영상은 이블 큐피드(Evil Cupid)를 콘셉트로 한 앨범의 정체성을 보여주는데, 이를 접한 일부 일본 팬들은 반일 콘텐츠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이유는 세 가지다. 영상이 공개된 시기가 8월 8일인 점, 아이브 일본인 멤버 레이가 입은 영상에 ‘아임 소리(I’m sorry)’ 문구가 들어간 점, 종이학을 활활 불태운 점을 일본 팬들은 꼬집었다.


8월 8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범국가 일본에 미군이 두 번째 원자폭탄을 투하한 8월 9일의 바로 전날이다. 현지에서는 이날을 나가사키 원폭의 날로 정하고 추모 행사를 진행한다. 레이의 영상 속 문구는 전범국가가 피해 국가에 건네는 메시지 등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일본 팬들은 주장했다.
종이학이 활활 불타오르는 장면에서도 일본 팬들은 심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종이학은 에도시대 일본이 기원이다. 국적기(JAL)의 로고도 학이다. 일본인들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피해자들을 평화와 치유를 상징하는 종이학으로 기려 왔다.
‘시크릿, 큐피드’에 달린 댓글은 13일 오전 현재 약 1만1700개다. 수많은 일본어 댓글이 눈에 띄는데, 대부분 영상이 반일 논란을 자초할 만하다는 비판을 담았다.

영상 댓글을 보면 “종이학을 불태우고 일본인 멤버 옷에 ‘아임 소리’라니…믿을 수 없어(折り鶴を燃やすMVに日本人メンバーの服はI’m sorryって…信じらんない)” “잘됐네 조회수 늘어서. 평생 그런 마인드로 뮤비 만들어라(良かったな!再生数伸ばせて 一生そのスタンスでMV作ってくれよ)” “날짜, 종이접기, 옷. 이 모두가 단지 우연이라고 믿는 팬들, 일상생활 가능해?(日付、折鶴、シャツ これが全部たまたまや意味合いが違うで通ると本気で思ってるファン大丈夫か)” 등 조롱과 비판 일색이다.
현지 매체들도 이번 이슈를 다루고 있다. 죠세지신은 13일 오전 인터넷판 기사를 통해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은 아이브가 ‘시크릿, 큐피드’ 트레일러 영상으로 반일 논란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아이브는 네 번째 미니앨범에서 기존 서사를 탈피한 새 정체성과 음악적 지향성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입장이다. 앨범 음원이 이달 25일 발매되는 만큼, 일본 팬들의 향후 반응에 관심이 쏠렸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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