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후 졸음은 흔한 경험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소화 과정의 일부로 생각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식후 졸음이 잦고 심한 경우 단순한 혈당 변화 이상의 원인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바로 인슐린과 기타 대사 관련 호르몬의 불균형이다.
식사 후 혈당이 상승하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어 포도당을 세포로 운반한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혈당이 안정되면서 피로감이 줄어든다. 그러나 인슐린 분비가 과도하거나 조절이 잘 되지 않으면, 혈당이 급격히 하락하는 ‘반응성 저혈당’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뇌로 가는 포도당 공급이 일시적으로 줄어들어 졸음과 집중력 저하가 나타난다.
식후 졸음이 심하다면 혈당보다 이 호르몬을 의심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근거는 렙틴과 그렐린의 불균형이다. 렙틴은 포만감을, 그렐린은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인데, 이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식사 후 에너지 대사 과정이 원활하지 않아 졸음이 심해질 수 있다. 특히 비만, 대사증후군 환자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실제 국내 한 대학병원 연구에서 식후 졸음이 심한 성인을 대상으로 호르몬 검사를 시행한 결과, 상당수에서 인슐린 저항성과 렙틴 저항성이 동시에 확인됐다. 이는 단순히 혈당 수치만을 관리하는 것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식후 졸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식단 조절이 우선이다. 단순당이 많은 음식은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인슐린 과분비를 유발하므로, 복합탄수화물과 단백질, 식이섬유를 균형 있게 포함한 식사가 필요하다. 또한 한 끼에 많은 양을 먹는 것보다 소량씩 나누어 먹는 것이 호르몬 변동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생활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은 인슐린 감수성을 높여 혈당 변동을 완화하고, 렙틴과 그렐린의 균형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식사 후 가벼운 걷기나 스트레칭은 졸음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전문가들은 식후 졸음이 단순 피로가 아니라 대사 건강 이상 신호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주 2~3회 이상 반복적으로 나타나거나 업무·학습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혈당뿐만 아니라 인슐린, 렙틴, 그렐린 등 호르몬 검사를 포함한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한다.
이처럼 식후 졸음이 심하다면 혈당보다 이 호르몬을 의심하고 생활습관과 식단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장기적인 건강 유지에 중요하다. 적절한 식습관, 꾸준한 운동, 정기 검진이 결합될 때 대사 건강을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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