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소를 요리할 때 껍질은 대개 벗겨서 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많은 채소의 껍질에는 속살보다 더 많은 영양소가 집중돼 있다. 이는 껍질이 외부 환경으로부터 속살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면서 각종 항산화 물질과 섬유질을 풍부하게 함유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 제철 채소 껍질에는 자외선과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비타민 등이 농축돼 있다.
이런 성분은 인체에 들어오면 면역력 강화, 염증 완화, 노화 방지 등 다양한 건강 효과를 낸다. 따라서 단순히 ‘껍질은 버리는 부분’이라는 인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여름철 건강 식단이 달라질 수 있다.

수박 껍질의 재발견
수박 껍질은 겉껍질의 초록색 부분 바로 안쪽의 흰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이 부분은 시트룰린이라는 아미노산이 풍부한데, 이는 혈관 확장과 혈류 개선에 도움을 주어 더운 여름철 혈압 조절과 피로 회복에 유리하다. 또한 수분 함량이 높고 칼로리가 낮아 갈증 해소와 체중 관리에도 좋다.
손질 방법은 간단하다. 초록색 겉껍질만 얇게 벗기고 흰 속껍질을 얇게 썰어 장아찌, 나물무침, 냉국 등에 활용하면 된다. 시원한 성질이 있어 더위로 인한 몸의 열을 내려주고, 소화에도 부담이 적다. 버려지는 부분을 조금만 손질하면 훌륭한 여름 보양식이 된다.

오이 껍질에 담긴 항산화 성분
오이는 대부분 껍질째 먹기도 하지만, 식감이나 외관 때문에 벗기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오이 껍질에는 베타카로틴과 플라보노이드, 실리카가 풍부하다. 베타카로틴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해 피부 노화를 늦추고, 실리카는 콜라겐 합성을 도와 피부 탄력을 유지하게 한다.
여름철 강한 햇볕에 노출돼 피부 손상이 걱정된다면 오이 껍질을 포함한 섭취가 좋다. 껍질째 먹을 때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거나 베이킹소다로 문질러 잔류 농약과 표면 오염을 제거하면 안전하다. 슬라이스해 샐러드로 먹거나, 레몬과 함께 물에 담가 냉침해 마셔도 좋다.

가지 껍질의 나스닌 효과
가지 껍질의 보라색은 안토시아닌 계열의 색소인 나스닌 때문이다. 나스닌은 강력한 항산화 성분으로, 뇌세포를 보호하고 혈관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준다. 여름철 더위로 인한 혈관 확장과 혈압 변동에 대응하는 데 유익하다. 또한 가지 껍질에는 수용성 식이섬유가 많아 장 건강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가지를 조리할 때 껍질을 벗기면 이 영양소들이 대부분 사라지므로, 껍질째 조리하는 것이 좋다. 다만 질긴 식감을 줄이고 싶다면 소금물에 잠시 담갔다가 굽거나 볶으면 부드러워진다. 껍질째 구운 가지는 풍미가 진하고 영양도 온전히 섭취할 수 있다.

호박 껍질의 면역 강화력
애호박이나 단호박의 껍질 역시 영양의 보고다. 녹황색 껍질에는 베타카로틴과 루테인이 풍부해 면역력 강화와 눈 건강에 도움을 준다. 특히 여름철 강한 자외선으로 인한 눈 피로와 황반 변성 예방에 효과적이다. 단호박 껍질은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 변비 예방과 혈당 조절에도 좋다.
손질 시 단단한 겉면만 살짝 긁어내고, 속살과 함께 조리하면 된다. 찜, 볶음, 전, 수프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 가능하며, 껍질이 들어가면 색감도 살아난다. 호박 껍질은 오래 익힐수록 부드러워져 먹기 편하고, 소화 흡수율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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