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를 사로잡은 한국 항공 시뮬레이터 기술
최근 한국의 첨단 항공 시뮬레이터 기술이 세계 공군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단순히 항공기를 제작·수출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비행 환경과 95% 이상 일치하는 훈련 시스템을 패키지로 제공해 효율성과 안전성,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했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T-50·FA-50·KT-1 훈련기, 수리온 헬기 등 주요 기종을 수출할 때마다 전용 시뮬레이터를 함께 공급하고 있다. 현재까지 7개국 29개 기지에 63대의 시뮬레이터를 납품했고, 누적 매출은 1조 3천억 원을 넘어섰다.

CAE와 경쟁하는 새로운 강자
세계 시뮬레이터 시장의 절대 강자는 캐나다의 CAE로, 군용기와 민항기, 헬기 훈련 분야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KAI는 짧은 기간 동안 동남아, 중동, 남미, 유럽 등 각국 기지에 국산 시뮬레이터를 대규모 공급하며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페루에 KT-1 훈련기를 수출할 당시, 현지 운용 환경에 최적화한 시뮬레이터가 높은 평가를 받았고, 이후 이라크 수리온 헬기 계약에서도 전용 시뮬레이터를 포함한 통합 패키지가 성사됐다. 이는 한국이 독자 기술로 글로벌 시뮬레이터 시장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투기에서 해군·육군 훈련체계로 확장
한국 시뮬레이터 기술은 항공기 훈련을 넘어 해군과 육군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다. KAI와 방산업계는 고속상륙정, 잠수함, 소형 무장헬기 등 다양한 플랫폼에 실전형 시뮬레이션 체계를 적용 중이다. 예를 들어 고속상륙정 시뮬레이터는 실제 해상의 파도와 기상, 선박 모션까지 정밀 재현해 승조원이 고난도 임무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한다.

잠수함 훈련 장비는 조타, 무장 운용, 비상 대응 등 복합 상황을 가상환경에서 구현해 전술 능력을 높인다. 이러한 확장 전략은 한국 시뮬레이터 기술을 종합 군사훈련 솔루션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급성장하는 글로벌 시장과 경쟁 구도
전 세계 시뮬레이터 시장은 2024년 약 27조 원 규모에서 2032년 44조 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 록히드마틴, 보잉, 유럽 대형 방산업체 등도 전투기와 함께 최신 시뮬레이터를 제공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현재 전투기 30대를 수출하면 최소 3대 이상의 시뮬레이터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 국제 표준이다. 여기에 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기술이 융합되면서 차세대 훈련 시스템의 주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기술 고도화와 제품 라인업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AI·VR 융합으로 진화하는 한국형 훈련시스템
KAI는 인공지능과 VR·AR 기술을 결합한 차세대 몰입형 시뮬레이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는 조종사의 조작 패턴과 반응을 실시간 분석해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을 자동 설계하고, VR·AR 환경은 실제 비행 감각과 위기 상황을 보다 효과적으로 재현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훈련의 자동화·개인화를 가능하게 하며, 국가 간 네트워크 훈련에도 활용돼 다국적 연합작전 대비 능력을 높인다. 한국의 첨단 시뮬레이터는 단순 모방을 넘어 미래 전장과 훈련 체계 혁신의 선두주자로 자리잡고 있으며, 세계 각국 공군의 신뢰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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