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소는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가 풍부해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모든 채소 조합이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특정 채소를 함께 먹으면 영양소 흡수를 방해하거나, 체내 대사 과정에서 해로운 물질을 만들 수 있다. 이는 각 채소에 들어 있는 성분이 서로 상호작용해 흡수율을 떨어뜨리거나, 위와 장에서 소화될 때 화학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잘못된 조합은 영양 손실뿐 아니라 위장 장애, 신진대사 저하, 심하면 특정 성분 과잉으로 인한 부작용까지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채소를 먹을 때도 궁합을 이해하고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이와 토마토의 비타민 C 파괴
오이에는 아스코르비나제라는 효소가 들어 있어 비타민 C를 분해한다. 토마토는 비타민 C가 풍부한 대표 채소이지만, 오이와 함께 먹으면 함량이 크게 줄어든다. 특히 생으로 샐러드에 두 재료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 이런 영양 손실이 두드러진다.

비타민 C는 열에도 약하기 때문에 조리 과정에서 파괴되기 쉬운데, 거기에 효소 작용까지 더해지면 효과적으로 섭취하기 어렵다. 만약 오이와 토마토를 모두 먹고 싶다면, 드레싱에 식초나 레몬즙을 넣어 아스코르비나제 활성을 억제하는 것이 좋다. 또는 두 채소를 시간 차를 두고 먹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시금치와 두부의 칼슘 흡수 저해
시금치에는 수산(옥살산)이 다량 함유돼 있다. 수산은 칼슘과 결합해 불용성 수산칼슘을 형성하는데, 이는 체내에서 거의 흡수되지 않는다. 두부는 칼슘 함량이 높은 식품이지만, 시금치와 함께 먹으면 흡수율이 떨어지고 장기적으로는 결석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소변에 수산 배설이 많은 사람이나 신장 결석 병력이 있는 경우 주의해야 한다. 시금치는 끓는 물에 데쳐 수산을 일부 제거한 뒤 두부와 조리하면 이러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칼슘 흡수를 극대화하려면 시금치 대신 브로콜리, 청경채 등을 두부와 함께 먹는 것이 더 좋다.

무와 당근의 효소 충돌
무와 당근을 함께 조리하면 비타민 C의 손실이 커진다. 당근에도 아스코르비나제 효소가 있어 비타민 C를 분해하는데, 무에도 같은 효소가 함유돼 있어 그 효과가 중복된다. 특히 생채나 샐러드처럼 가열하지 않고 섭취할 때 효소 작용이 활발해 비타민 C 흡수율이 현저히 낮아진다.

이를 방지하려면 무나 당근 중 한 가지를 데치거나 볶아 효소를 비활성화한 후 함께 조리하는 것이 좋다. 또는 드레싱에 산 성분을 넣어 효소 작용을 억제하는 방법도 있다. 비타민 C를 충분히 섭취하고 싶다면 무와 당근을 같은 식사에서 생으로 함께 먹는 것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지와 오이의 체온 저하 시너지
가지는 성질이 차고, 오이 역시 한방에서 ‘냉성 채소’로 분류된다. 두 채소를 함께 먹으면 체온을 급격히 낮추는 효과가 커진다. 여름철에는 시원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위장이 약한 사람이나 손발이 찬 사람에게는 소화 장애, 복통,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체온이 낮아지면 소화 효소 분비가 줄어 영양소 흡수도 떨어진다.
따라서 이런 체질을 가진 사람은 가지와 오이를 한 끼에 함께 많이 먹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만약 두 채소를 같이 사용해야 한다면, 생강이나 마늘, 고추처럼 성질이 따뜻한 재료를 곁들여 균형을 맞추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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