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지급한 소비쿠폰을 병·의원에서 진료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한 후 실손의료보험을 통해 보험금으로 환급 받는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의료 기관은 ‘실손 환급 가능’을 강조한 광고까지 하며 환자 유입을 유도하고 있어 민생회복 취지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병·의원은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병원비 결제에 활용한 후 실손보험으로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 진료가 실제로 이뤄졌다면 문제 없지만 불필요한 비급 진료와 실손보험 청구가 사실상 현금화 수단처럼 사용되면서 과잉 진료가 발생하고, 정책 목적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을 때와 유사하다. 당시 불필요한 진료와 실손보험 청구가 이어지며 ‘재난지원금 깡’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2020년 5월 1∼20일 주요 손해보험사 4곳의 일평균 실손보험 청구 건수는 2만2752건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파르던 3, 4월과 비교해 20~30% 증가했다. 같은 해 1분기 실손보험 위험손해율도 전년 동기 대비 5.9%포인트(p) 상승한 137.2%를 기록했다.
보험업계는 제도상 대응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진료비 영수증과 치료 목적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만 있으면 환급이 가능한 구조라 보험사가 임의로 진료 목적을 판단하거나 소비쿠폰 사용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부 의료기관의 지나친 마케팅이다. 일부에선 ‘실손보험으로 사실상 0원’, ‘페이백 가능’ 등의 자극적인 문구까지 내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급을 미끼로 진료를 유도하거나 비급여 항목을 허위 기재할 경우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지만 단속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융당국은 제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비쿠폰이든 일반 결제든, 진료가 이뤄졌다면 약관에 따라 실손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다만 병원이 ‘보험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과도하게 홍보할 경우 보험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치료가 필요 없는 사람까지 병원을 찾는 사례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는 소비쿠폰보다는 실손보험 구조 전반의 문제”라며 “당국이 개입할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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