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를 거의 온전하게 재현한 차세대 뇌 오가노이드가 탄생했다. 뇌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정신질환 연구에 새로운 길이 열릴 것으로 학계는 기대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뇌과학자들은 최근 연구 보고서를 내고 인간 세포를 배양해 만든 다영역 뇌 오가노이드(Multi-Region Brain Organoid, MRBO)를 소개했다. 신경조직과 혈관 구조까지 갖춘 이 미니 뇌는 인간의 실제 뇌 구조를 최대한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MRBO는 태아의 뇌와 비슷한 신경활동이 현재까지 확인됐다. 이는 인공적으로 재현된 이전의 뇌들은 재현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라면 자폐스펙트럼이나 조현병, 우울증 등 정신질환의 원인을 규명하고 신약도 개발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가노이드는 인간 세포로 만들어내는 뇌, 심장 등 미니 장기를 일컫는다. 우선 산 사람의 혈액이나 피부 세포를 채취해 인체의 모든 세포로 변화시킬 수 있는 인공다능성 줄기세포(iPS세포)를 만든다. 오가노이드는 작은 샬레 안의 극소 덩어리로 시작하지만, 이내 입체적인 구조를 가지며 진짜 장기의 특징을 갖춰 나간다.
인간의 몸에 해를 주지 않고 조직이나 내장을 연구하기 위해 개발된 오가노이드는 발달 속도가 빠른 분야지만 한계는 분명 있었다. 특히 뇌는 워낙 복잡한 관계로 대뇌피질이나 시상 등 특정 영역만 재현한 오가노이드가 대부분이었다.

연구팀은 종래의 한계를 뛰어넘은 전뇌 모델을 구상했다. 설계 단계부터 대뇌, 중뇌, 후뇌의 신경세포를 따로 키웠다. 그것들을 접착 단백질로 융합한 것이 바로 MRBO다.
연구팀 관계자는 “MRBO의 내부에서는 서로 다른 뇌 영역의 신경세포가 연계해 전기신호를 내며, 이런 신경세포는 약 600만~700만 개나 된다”며 “이는 태아의 뇌가 발달하기 시작할 무렵(약 40일령)의 구조와 매우 흡사해 뇌 전체의 네트워크 관찰에 충분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가노이드 내부에서는 혈관 성장도 확인됐다. 신경조직 사이에 혈관망이 자연적으로 형성되고, 일부에서는 새로운 혈관이 분기해 발달했다”며 “특히 외부 유해물질이 뇌로 침투하는 것을 막는 혈액뇌관문의 초기 구조가 발현한 점은 놀랍다”고 자평했다.
학계는 기존 뇌 오가노이드의 구조적 한계를 깬 MRBO가 동물실험을 대체할 유력한 모델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까다로운 정신질환의 원인을 규명하고 신약 개발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정신질환 치료제 개발은 살아있는 인간의 뇌로 실험할 수 없어 무려 96%가 임상시험 초기 단계에서 실패한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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