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 중인 드라마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에서 주인공이 긴 공백기를 가진 이유가 ‘중증근무력증(Myasthenia Gravis)’으로 밝혀지면서 일반 대중 사이에서도 해당 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오성일 교수는 “중증근무력증은 인구 10만 명당 약 13명 정도가 앓고 있는 희귀질환으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일상생활뿐 아니라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증근무력증은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신경과 근육의 신호 전달 과정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구체적으로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수용체와 결합해야 근육이 움직일 수 있는데, 자가항체가 아세틸콜린 수용체(AChR)나 MuSK 단백질 등에 결합해 신호 전달을 방해하면서 근육 약화를 일으킨다. 오 교수는 “적절한 면역치료와 약물 조절을 받으면 장기적인 예후는 나쁘지 않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호흡근까지 약화돼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며 조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표적인 증상은 근력 저하로, 초기에는 눈꺼풀 처짐이나 복시와 같은 안면부 증상으로 시작해 점차 전신으로 확산된다. 일부 환자에서는 연하장애, 발음장애, 팔다리 근력 저하 등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호흡근 약화로 인해 기관삽관이 필요해지는 위중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중증근무력증은 환자의 삶의 질뿐 아니라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질환으로 꼽힌다.
치료법은 과거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를 활용한 면역조절요법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표적치료제의 등장으로 치료 옵션이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C5 보체 억제제, FcRn 억제제 등이 개발되며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환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국내에서도 2024년부터 항-AChR 항체 양성인 성인 전신 중증근무력증 환자를 대상으로 라불리주맙, 질루코플란, 에프가티지모드알파, 로자놀릭시주맙 등이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문제는 ‘비용’이다. 신약들이 고가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일부 환자들에게는 사실상 치료 기회가 제한되는 상황이다. 현재 관련 약제의 보험 급여화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 교수는 “환자들이 삶을 이어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약제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며 “보다 많은 환자들이 안정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신약의 접근성을 높이고 급여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드라마 속 설정처럼 활발히 활동하던 청장년층이 갑작스럽게 병으로 경력 단절을 겪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하지만 조기 진단을 통해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환자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증근무력증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높이고, 환자와 보호자가 치료 부담을 덜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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