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침마다 뻣뻣하고,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요통이 심하다면 단순한 허리디스크가 아닐 수 있다. 건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상헌 교수는 “강직척추염은 젊은 연령대, 특히 20~30대 남성에서 흔히 나타나는 자가염증성 질환”이라며 “허리디스크와 초기 증상이 비슷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강직척추염은 요추와 천장관절에 염증이 생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척추 뼈를 이어주는 인대가 골화되면서 척추 강직이 진행된다. 허리디스크가 외부 충격이나 퇴행성 변화로 디스크가 탈출해 신경을 압박하는 구조적 문제라면, 강직척추염은 면역세포가 스스로 척추 관절을 공격하는 염증성 질환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징적으로 허리디스크는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해지고 휴식 시 완화되지만, 강직척추염은 반대로 운동 후 통증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아침에 기상했을 때 30분 이상 뻣뻣함이 지속되는 ‘조조 경직감’도 중요한 신호다. 이상헌 교수는 “가만히 누워 있으면 증상이 악화되고, 가벼운 운동을 병행할수록 완화되는 것이 큰 차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강직척추염 진료 환자는 약 11만 5,000명으로, 이 가운데 20~39세 환자가 약 45%를 차지했다. 특히 남성 환자가 70%에 달해 여성보다 훨씬 많았다. 사회활동이 활발한 시기에 발병이 집중되면서 직장생활과 운동, 일상에 큰 불편을 초래한다. 또한 강한 유전적 요인이 보고돼 가족력이 있다면 증상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강직척추염은 조기 진단이 치료 성패를 좌우한다. 단순 요통으로 오해해 진통제 복용이나 침 치료만 받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지만, 류마티스내과에서 혈액검사, 엑스레이, MRI 등을 통해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 이상헌 교수는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병의 진행을 늦추고 경우에 따라 완치도 가능하다”며 “진단이 늦으면 척추 강직으로 이어져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치료에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s), 면역조절제, 생물학적 제제가 사용되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제를 조정해 장기적으로 관리한다.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아침마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척추의 유연성을 유지하고, 금연과 적정 체중 관리,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조절이 필요하다. 운전이나 사무직처럼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하는 경우에도 틈틈이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강직척추염은 수술보다는 표적 면역치료제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척추외과보다는 류마티스내과 진료가 권장된다”며 “자가염증질환이라는 특성을 이해하고 꾸준한 관리와 조기 치료를 이어간다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은 물론 장기적으로 완치도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젊은 남성에서 흔히 나타나지만 놓치기 쉬운 강직척추염은, 허리디스크와 다른 특징을 정확히 인식하고 조기 진료로 이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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