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반기에 벌써 작년 실적 80% 달성
한국 방산 업계가 올해 상반기부터 기록적인 성과를 올리며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방산 업계와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주요 5개 방산 기업의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은 2조 3,4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807억 원보다 무려 161%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이 금액은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2조 8,783억 원의 약 80%에 해당해, 반년 만에 지난해 성과를 거의 따라잡은 셈이다. 매출 역시 19조 1,90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7% 늘어났으며, 업계에서는 “하반기까지 고려하면 올해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은 사실상 확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독주 체제 굳히다
기업별 성과를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이 회사는 상반기 영업이익만 1조 4,252억 원을 기록하며 방산 업계를 이끌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60%나 급증하며 역대 분기 최고 실적을 세운 데 이어, 2분기에도 자체 기록을 경신하는 성과를 냈다.

현대로템 역시 K-2 전차와 K808 차륜형 장갑차 수출 성과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4,60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2% 늘었고, LIG넥스원은 천궁·대함 미사일 수출 호조로 1,912억 원을 기록하며 64% 성장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FA-50 수출 효과로 1,320억 원을 기록, 8% 가까이 성장세를 이어갔다. 다만 한화시스템은 필리조선소 인수 비용과 대규모 양산 사업 종료 여파로 영업이익이 916억 원에 그쳐 전년보다 29% 감소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평가된다.

해외 시장 공략 성과, 매출 폭발의 원인
이번 성과의 핵심 배경은 해외 시장에서의 적극적인 공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에 천무 다연장 로켓을 대규모 공급하며 2분기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43%나 급증했다. 한화시스템 역시 UAE·사우디아라비아에 천궁-Ⅱ 레이더 수출을 통해 2분기 매출이 12% 가까이 증가했다. KAI는 폴란드와 말레이시아에 FA-50을 납품하면서 2천억 원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이러한 흐름은 단발적이 아닌 장기적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산 무기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에서 방위력 강화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목받고 있으며, 가격 대비 성능, 신속한 공급 능력 등이 각국의 선택을 이끌고 있다.

수주잔고 112조 원, 끝나지 않은 성장세
앞으로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현재 방산 5개사의 합산 수주잔고는 111조 9,622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에 달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1조 7천억 원, KAI가 26조 7천억 원, LIG넥스원이 23조 4,665억 원을 각각 확보하고 있으며, 현대로템과 한화시스템 역시 대규모 계약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계약된 물량만으로도 수년간 안정적인 매출이 보장된다”며 “특히 유럽과 중동 시장에서 추가 수주가 예상돼 실적은 당분간 지속적인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단순한 단기 호재가 아니라, 한국 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굳혀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K-방산, 글로벌 무대에서 ‘게임 체인저’로
한국 방산의 약진은 단순한 수출 실적을 넘어 국제 안보 환경에서도 의미가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각국이 방위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한국은 미국·러시아·프랑스 등 전통적 방산 강국을 위협할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K-9 자주포, FA-50 전투기, 천궁-Ⅱ 미사일, K-2 전차 등은 이미 전 세계 시장에서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번 상반기 성과는 한국이 단순히 값싼 대체재가 아닌, 고성능 무기를 제공하는 신뢰할 만한 공급국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한국 방산이 글로벌 톱5 수출국 진입을 가시권에 두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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