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전의 산물, 다시 바다로
러시아가 25년간의 개조와 현대화 작업을 거친 초대형 핵 추진 순양전함 ‘아드미랄 나히모프’를 다시 바다에 띄웠다. 1986년 진수된 이 군함은 냉전 시기 미국 항모 전단을 무력화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배수량 2만 4천 톤, 길이 250m, 폭 28m라는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2기의 원자로와 증기 터빈으로 움직이며 약 700명의 승조원이 탑승한다.

냉전 시절에는 P-700 그라니트 대함 미사일과 S-300F 지대공 미사일, 킨잘 미사일 등 당시로서는 압도적인 화력을 보유했다. 그러나 막대한 유지비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1999년부터 조선소에 장기 보관됐고, 대대적인 개량 작업이 지연을 거듭하다가 이번에야 비로소 바다로 복귀하게 된 것이다.

현대화 핵심은 ‘174개 수직 발사관’
이번 현대화 과정에서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엄청난 수의 수직 발사관 탑재다. 무려 174개의 발사관이 새롭게 설치되면서 나히모프함은 사실상 세계 최강의 화력을 갖춘 수상 전투함으로 변모했다. 이 발사관에서는 칼리브르 순항미사일, 오닉스 초음속 대함 미사일, 지르콘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발사가 가능하다.

여기에 신형 레이더 체계와 130㎜ AK-192M 함포가 더해지면서 장거리 타격부터 근접 방어까지 전천후 전투가 가능해졌다. 해외 군사 매체는 “현재 어떤 군함도 나히모프와 같은 화력 밀도를 자랑하지 못한다”며 러시아 해군의 상징적 무기가 될 것이라 분석했다.

표트르 벨리키를 대신할 차기 기함
전문가들은 나히모프함이 러시아 해군 북방함대의 차기 기함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재 북방함대의 상징적 전력은 같은 키로프급 순양전함인 ‘표트르 벨리키’인데, 노후화가 심각해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나히모프함이 실전 배치된다면 사실상 러시아 해군의 새로운 상징이자 가장 강력한 전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극해와 북대서양에서의 작전 활동에 투입된다면, 미국과 NATO 해군 전력에 상당한 위협을 줄 수 있다. 나히모프함은 대규모 미사일 발사 능력을 기반으로 항공모함 전단 격멸을 목표로 설계된 만큼, 전략적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여전히 남은 의문, 실전 신뢰성은?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나히모프함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기본 설계 자체가 1980년대 냉전 시절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현대전 양상에 맞추기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규모 함정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인력과 비용은 러시아 해군이 감당하기 쉽지 않다.

실제로 나히모프함은 25년간 조선소에 방치되다시피 하며 수리와 개량이 지연되었는데, 이는 러시아 방산업계의 재정적·기술적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로도 지목된다. 더군다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제재로 인해 첨단 전자 부품 확보가 어려워진 점도 나히모프함 운용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전략적 의미와 향후 전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히모프함의 귀환은 러시아 해군에게 큰 상징성을 부여한다. 단순히 한 척의 군함 복귀를 넘어, 러시아가 여전히 대형 수상 전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과시적 효과가 크다. 또한 지르콘과 같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탑재함으로써 미국 항모 전단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수단을 보유하게 된다. 이는 러시아가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려는 의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전 투입 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세계 군사 전문가들은 “나히모프함은 종이 호랑이가 될 수도, 러시아 해군의 진짜 괴물이 될 수도 있다”며 향후 운용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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