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샐러드나 반찬을 만들 때 오이와 당근은 자주 한 그릇에 담기는 재료다. 색감도 잘 어울리고 아삭한 식감까지 조화를 이루어 많은 사람들이 아무 의심 없이 함께 먹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두 채소가 의외로 영양학적으로 ‘상극’의 관계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다. 단순히 맛의 조합을 넘어 영양소가 충돌해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당근 속 효소가 문제의 원인
오이와 당근을 함께 먹었을 때 문제가 되는 주된 이유는 효소 때문이다. 당근에는 아스코르비나아제(ascorbinate oxidase)라는 효소가 들어 있는데, 이 효소는 비타민 C를 분해하는 작용을 한다.

오이는 수분과 함께 비타민 C가 풍부한 채소인데, 당근과 함께 섭취하면 이 효소에 의해 비타민 C가 쉽게 파괴될 수 있다. 결국 건강을 위해 먹었던 오이의 장점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조합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비타민 C는 면역력을 강화하고 피부를 건강하게 유지하며,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를 늦추는 중요한 영양소다. 그런데 오이와 당근을 같이 먹으면서 이 영양소가 손실되면 의도했던 건강 효과를 제대로 얻기 어렵다.
특히 생으로 섭취할 때 효소의 작용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물론 두 채소가 해롭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서로 충돌하는 성질을 가진다는 점은 분명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현명하게 먹는 방법
오이와 당근을 꼭 함께 먹고 싶다면 조리법을 달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당근을 가열하면 아스코르비나아제 효소가 불활성화되기 때문에 비타민 C 파괴 작용이 줄어든다.

즉, 생으로 섭취하는 대신 볶거나 삶아서 먹으면 문제를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 또 레몬즙이나 식초처럼 산성을 띠는 드레싱을 함께 곁들이면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오이와 당근을 더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건강 식습관을 위한 작은 선택
결국 오이와 당근은 따로 먹을 때는 매우 훌륭한 채소지만, 함께 먹을 때는 영양학적 손실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을 챙긴다고 먹는 음식이 의도치 않게 효능을 잃을 수 있으니, 식재료의 조합에 조금 더 관심을 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평소 즐겨 먹는 샐러드나 반찬도 어떻게 조리하고 배합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작은 선택 하나가 건강을 지키는 큰 차이를 만든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