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다윗성에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3대 파라오 베레니케 2세 때 주조된 희귀한 금화가 발견됐다. 약 2200년 전의 이 작은 금화는 거의 순금(99.3%)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스라엘 유물부(Israel Antiquities Authority, IAA)는 예루살렘 다윗성 와이 힐와 광장, 일명 기바티 주차장 유적지에서 베레니케 2세 치세의 진상을 보여주는 금화가 나왔다고 21일 발표했다.
금화는 기원전 246년에서 241년경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3세와 그의 왕비이자 공동 파라오 베레니케 2세 때의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의 금화는 지금껏 20개 남짓 보고됐는데,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중심지 이집트 밖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금화의 앞면에는 왕관과 목걸이를 착용한 베레니케 2세가 새겨졌다. 뒷면에는 고대의 다산과 번영의 상징인 풍요의 뿔 코르누코피아가 별 2개와 함께 들어갔다. 그리스 문자 ΒΑΣΙΛΙΣΣΗΣ, 즉 베레니케 여왕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IAA 관계자는 “동전의 표현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당시 화폐들은 여왕을 어디까지나 파라오의 배우자로 묘사했는데, 금화는 베레니케 2세를 어엿한 통치자로 인정했다”며 “이 동전은 알렉산드리아에서 주조됐을 가능성이 높으며, 아마 제3차 시리아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들에게 포상으로 지급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제3차 시리아 전쟁은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와 시리아 셀레우코스 왕조가 벌인 중요한 전쟁이다. 이번 금화는 예루살렘 역사에도 깊은 의미를 지닌다고 IAA는 강조했다. 오랫동안 학자들은 기원전 586년 제1성전이 파괴된 이후 예루살렘이 경제적 영향력을 상실해 변방 도시가 됐다고 여겼다. 이 동전을 비롯한 기원전 3세기 중반의 다른 유물들은 이런 생각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

IAA 관계자는 “베레니케 2세는 역사적으로 주목할 인물이다. 기원전 267년경 태어난 그는 아버지의 사후 키레나이카를 통치하다 프톨레마이오스 3세와 결혼, 고국을 이집트의 지배 하에 뒀다”며 “당시 사람들은 베레니케 2세를 여신으로 추앙했다. 그의 머리카락을 이용한 별자리 코마 베레니케스의 모티브를 삼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베레니케 2세는 기원전 221년, 아들이 왕위에 오른 직후 섭정 소시비우스의 명으로 암살을 당하고 말았다”며 “이 사건은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에서도 가장 갑작스럽고 폭력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고 언급했다.
기바티 주차장 발굴 작업 중 나온 소중한 동전은 함께 출토된 기타 보석류와 함께 오는 9월 초 열리는 제26회 다윗성 조사·학술회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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