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최고층 아파트의 그림자, 7천억 적자에 파산 위기 맞은 ‘아자부다이힐즈 레지던스 B’
도쿄의 ‘최고층 아파트’라는 영예를 쫓아 무려 7천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한 일본 중견 건설사가 파산 위기까지 몰리고 있다.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건설이 시공한 ‘아자부다이힐즈 레지던스 B’는 지하 5층, 지상 64층에 이르는 일본 최고 높이(264m)의 주거용 건물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상 최고층 아파트 신화를 세우려던 야심작이었으나, 오히려 건설사 자체를 존폐의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공사과정에서 드러난 치명적 난관과 대규모 손실
아자부다이힐즈 레지던스 B는 2019년 착공해 2023년 3월 완공 예정이었지만, 실제로는 지반 구조가 예상과 달라 깊은 파일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안전 확보와 공법 변경으로 인한 반복적인 지연이 누적되며, 완공 예정일은 무려 2025년 8월까지 2년 5개월이나 밀려났다. 이 과정에서 공사비는 원래 600억엔(약 5,600억 원)보다 크게 불어나 757억엔(7,054억 원) 적자라는 역대급 손실로 이어졌다.

현장진단의 부실과 경영 리스크
업계에서는 미쓰이스미토모가 ‘일본 최고층 아파트’라는 타이틀에 집착해, 실제 현장 조건 및 위험을 철저히 검토하지 않은 ‘무리한 수주’ 탓에 사달이 났다고 분석한다. 초고층인 만큼 대심도 공법이 필수였고, 인근에 지하철과 고속도로가 교차하면서 작업 난이도가 극도로 높았다. 실무 현장조사와 리스크 평가가 소홀했고, “수주에만 매달리고 실질적인 엔지니어링 검증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현지 언론에서 쏟아졌다.

외부 변수들까지 덮친 악재
공기에 결정적인 타격을 준 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이후 원자재 가격 급등, 공급 차질, 심각한 인력난이었다. 자재 및 건설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당초 수익성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발주처인 모리빌딩이 시행하는 전체 ‘아자부다이힐즈’ 프로젝트에서 레지던스 B는 건설공기 및 원가 지옥에 빠졌고, 발주처로부터 추가 손해배상까지 청구받을 수 있는 상황에 몰려 있다.

사내 갈등과 경영진 동반 퇴진까지
극심한 손실이 발생하자 미쓰이스미토모건설 내부에서는 수주 책임, 사업 손실을 둘러싼 임원진 간 강한 갈등이 불거졌다. 사태가 커지며 이른바 ‘사내 쿠데타’가 발생, 회장과 사장이 동시에 사퇴 절차를 밟아야 했을 정도다. 손실은 계속 불어나면서 회사 지속성 자체가 심각한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2년 연속 적자와 추가 배상 가능성을 감안하면, 손실액은 7천억 원 이상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모리빌딩이 개발한 도쿄 랜드마크 타워(325.19m), 레지던스 A(53층), 그리고 레지던스 B(64층)는 화려함 뒤에 대형 건설리스크, 경영붕괴 위험, 그리고 일본 부동산·건설산업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남게 됐다.

‘최고’라는 집착의 대가, 대형 실패로 남다
7천억 적자와 파산 위기, 경영진 동반퇴진. 일본 최고층 아파트를 짓겠다는 욕망이 결국 중견 건설사 미쓰이스미토모건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기술적 난관, 공사비 폭등, 위험관리 부실, 외부 충격 등 복합적 악재가 겹치며 드러난 이번 사태는, 대형 프로젝트의 뒷면에 자리한 ‘타이틀 경쟁’의 허망함을 여실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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