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철 자동차 내부 온도는 창문을 닫은 상태에서 한 시간만 지나도 50도 이상 치솟는다. 이런 환경은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서 세균이 급격히 증식하기 좋은 조건을 만든다. 특히 페트병에 담긴 물은 자외선이 투과되고 내부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세균 성장 속도가 배가된다. 미생물은 온도와 습도가 맞아떨어지면 짧은 시간 안에 수십 배로 번식하는데, 실험에 따르면 여름철 차 안에서 방치된 물은 단 한 시간 만에 세균 수가 100만 마리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미관상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다. 특히 개봉 후 마신 흔적이 있는 물은 입을 통해 들어간 세균이 병 속에서 증식하는 경우가 많아 위험성이 더욱 크다. 고온 다습한 차 안은 그야말로 세균 배양기와 같은 공간이 된다.

페트병 자체의 화학적 문제도 존재한다
세균 번식뿐 아니라, 고온 환경은 페트병의 재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페트병은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라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데,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소량의 화학 물질이 용출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비스페놀A(BPA)와 안티몬 같은 물질은 내분비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보고되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소량의 노출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반복적이고 장기적인 노출은 내분비 교란, 호르몬 불균형, 발암 가능성까지 연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여름철 차 안처럼 고온에 장시간 노출된 페트병은 이런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결국 세균 문제와 화학적 용출 문제 모두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세균 감염이 실제로 유발할 수 있는 질환
차 안에서 방치된 페트병 물을 마시면 어떤 위험이 있을까? 가장 흔한 문제는 위장관 감염이다. 대장균, 살모넬라, 녹농균 같은 세균이 증식했을 경우 설사, 복통, 발열 같은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나 노인은 탈수와 급성 위장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심하면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

실험실 연구에서는 개봉 후 방치된 생수에서 실제로 대장균군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 여기에 곰팡이나 효모균이 함께 번식하면 물맛이 변하고, 구토나 식중독 위험까지 생긴다. 단순히 물 한 모금이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지만, 여름철 차 안 환경에서는 작은 실수로도 건강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안전하게 물을 보관하고 마시는 방법
그렇다면 여름철에 차 안에서 물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건 페트병에 담긴 물을 절대 장시간 두지 않는 것이다. 부득이하게 물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면, 보온병이나 스테인리스 소재의 텀블러에 담는 것이 안전하다. 이들은 고온에서 화학 물질이 용출되지 않고, 세균 증식도 상대적으로 더 억제된다.

또한 개봉한 물은 반드시 하루 이내에 마셔야 하며, 남은 물을 다시 마시는 습관은 피하는 게 좋다. 가능하다면 작은 용량의 물을 준비해 한 번에 다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기적으로 텀블러를 세척해 세균 번식을 차단하는 것도 필수다. 간단한 습관 교정만으로도 여름철 물로 인한 위생 문제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생활 속 작은 습관이 건강을 지킨다
물은 매일 마시는 기본 식품이기에, 위생 관리가 조금만 소홀해도 건강에 직격탄이 된다. 특히 여름철 차 안은 세균과 화학적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는 환경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생수를 안전하게 마시려면 단순히 좋은 브랜드를 고르는 것보다 보관 습관이 더 중요하다.
페트병 물을 차 안에 두는 습관을 버리고, 대체 용기를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질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결국 건강은 특별한 비법이 아니라 일상에서의 작은 선택과 관리에서 나온다. 여름철일수록 물 한 모금도 안전하게 마시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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