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썰매견(Qimmit)의 DNA 분석 과정에서 이누이트족의 이주가 생각보다 빨랐다는 증거가 나왔다. 대략 10개 부족으로 구성되는 북극 원주민 이누이트족은 미국 알래스카부터 캐나다 북부, 그린란드에 걸쳐 거주한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고생물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이런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게재했다. 학계는 그린란드 썰매견에 대한 유전자 연구가 이누이트족의 역사와 이동 패턴을 밝혔다고 주목했다.
그린란드 썰매견은 수 세기에 걸쳐 이누이트족과 동고동락했다. 빙판 위를 이동하는 썰매를 끄는 이 개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척박한 북극 지방에서 이누이트족이 살아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연구팀은 그린란드 썰매견 약 90마리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일부는 현대 썰매견, 다른 일부는 약 800년 죽은 동종 썰매견의 뼈와 피부, 털로 구성됐다. 이를 다른 썰매견 약 1900마리의 유전체와 비교 분석한 결과, 그린란드 썰매견은 유럽의 개 및 야생늑대와 유전적으로 다른 개체임이 밝혀졌다.
코펜하겐대 브로만 닐센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그린란드 썰매개와 유럽의 개를 교배하려는 시도가 활발했는데도 유전체는 전혀 별개로 유지됐다”며 “그린란드 썰매견들은 외부와 끊임없이 접촉하면서도 혈통을 보존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린란드 썰매견은 이누이트 공동체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기에, 그 유전적 과거는 인간의 생활상을 보여준다”며 “그린란드 전역에 걸쳐 네 개의 서로 다른 썰매견 개체군에서 유전적 분열을 추적한 결과, 이누이트 공동체가 학자들 생각보다 수백 년 일찍, 어쩌면 바이킹보다 먼저 북극에 도착했을 가능성이 떠올랐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썰매견 DNA에서 개체 감소의 유전적 특징도 발견했다. 이는 인간과 동물에 닥친 기아나 질병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이누이트족과 썰매개 사이의 긴밀한 역사적 연관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현대사회의 과제 또한 들췄다고 평가했다.
브로만 닐센 연구원은 “기후변화로 해빙이 매년 감소하고, 썰매견을 활용할 장소와 시간이 모두 줄어들고 있다”며 “극지에 적응한 개의 고대 품종을 이해하고, 수수께끼가 많은 이누이트족의 과거를 알기 위해 그린란드 썰매견을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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