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방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도구 중 하나가 수저와 젓가락이다. 그런데 정작 이 도구들이 보관되는 수저통은 위생 관리에서 가장 사각지대가 되는 공간이다. 외형은 깔끔해 보여도 실제로는 음식물 찌꺼기, 물기, 손에서 묻은 세균 등이 모여들어 세균 번식의 최적 조건을 만든다. 특히 통 내부는 환기가 잘 되지 않고, 습기가 오래 머물러 세균이 쉽게 증식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가정 내 수저통 표면에서 검출되는 세균 수는 변기 손잡이보다도 많았다.
수저는 입에 직접 닿는 도구라는 점에서 세균 오염은 곧바로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많은 가정에서는 수저통을 제대로 세척하지 않고 몇 달씩 방치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 무심한 관리가 위생적으로 얼마나 위험한지 인식할 필요가 있다.

습기와 음식물 잔여물이 세균 온상이 된다
수저통이 더러운 이유는 물리적 구조와 사용 습관 때문이다. 설거지를 마친 뒤 젖은 채로 수저를 꽂으면, 내부에 고인 물과 습기가 세균 번식 환경을 만든다. 특히 배수구가 없는 플라스틱 통이나 통풍이 잘 안 되는 스테인리스 통은 내부가 늘 축축해 세균 성장에 유리하다.
또한 수저를 사용할 때 입안의 침이 묻거나, 음식물 미세 잔여물이 남은 상태에서 세척이 불완전하면, 이 역시 통 안으로 유입된다. 이런 단백질과 당분은 세균에게 훌륭한 영양원이 된다. 결국 수저통은 ‘습기 + 영양분 + 온도’라는 세균 번식 3요소가 모두 갖춰진 공간이 된다.

실제로 검출되는 세균의 종류와 위험성
수저통에서 발견되는 세균은 단순 오염균이 아니다. 대장균군, 황색포도상구균, 녹농균 등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세균이 검출된 사례가 많다. 대장균군은 장내 감염과 설사를 일으킬 수 있고, 황색포도상구균은 식중독과 피부 감염의 원인이 된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아이와 노인에게는 감염 위험이 크다.
실험적으로 1주일 동안 청소하지 않은 수저통을 조사했을 때, 내부 세균 수가 1㎠당 수십만 마리에 달했다는 보고도 있다. 이는 가정에서 가장 오염이 심하다고 여겨지는 욕실 바닥 타일보다 높은 수치다. 입에 직접 닿는 도구를 보관하는 곳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관리 소홀로 인한 장기적 위험
수저통을 장기간 청소하지 않으면 세균뿐 아니라 곰팡이와 바이오필름까지 형성된다. 바이오필름은 세균이 집단으로 형성하는 끈적한 막으로, 세제를 사용해도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 수저를 꽂으면 표면에 오염물이 바로 묻어나고, 반복적으로 인체에 들어가 만성 위장 질환이나 구강 질환 위험을 높인다.
또한 수저통을 장시간 햇빛이 닿지 않는 그늘에 두거나, 싱크대 근처 습한 곳에 두는 습관도 오염을 가속화한다. 위생 관리가 소홀한 가정일수록 아이들이 잦은 복통이나 설사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는 조사 결과는 우연이 아니다.

세균 없는 수저통을 위한 관리법
수저통의 청결을 유지하려면 최소 주 1회 이상 세척과 건조가 필요하다. 뜨거운 물과 주방 세제를 사용해 내부를 꼼꼼히 닦고, 가능하다면 살균 소독제를 주기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세척 후에는 햇볕에 충분히 말리거나 열풍 건조를 해 습기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또한 배수구가 있는 통풍형 수저통을 사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젖은 수저를 바로 넣지 말고, 키친타월 등으로 물기를 닦은 뒤 넣는 습관도 필요하다. 작은 관리 차이가 가족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결국 집에서 가장 더러운 공간이 될 수 있는 수저통은, 조금만 신경 쓰면 가장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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