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깨는 한국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대표적인 양념 재료다. 나물무침, 볶음요리, 국물 요리 어디든 고소한 향과 맛을 더해준다. 하지만 깨는 씨앗류라는 특성상 기름기가 많아, 시간이 지나면 쉽게 산패가 일어난다. 산패란 지방이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해 분해되면서 특유의 불쾌한 맛과 냄새를 내는 현상이다.
문제는 깨가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입에 넣었을 때만 느껴지는 쓴맛이나 비린맛으로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맛이 느껴진다면 단순한 풍미 손실이 아니라 건강을 위협하는 신호일 수 있다.

산패된 깨의 위험성과 독성
깨가 산패하면 단순히 맛이 나빠지는 것을 넘어, 인체에 해로운 산화 부산물이 생성된다. 대표적으로 알데하이드, 과산화지질 같은 성분들이 만들어지는데, 이들은 세포막을 손상시키고 염증을 유발한다. 장기간 섭취하면 간 기능 저하, 혈관 손상, 심지어 발암 가능성까지 지적된다. 실제로 식품안전 연구에서는 산패유 섭취가 동물의 간 독성 및 세포 변성을 촉진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깨는 열량이 높은 식품이기에, 산패된 상태로 섭취하면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늘어나 노화 촉진과 만성질환 위험까지 커진다. 겉으로 곰팡이나 색 변화가 보이지 않아도, 맛이 이상하다면 이미 산패가 진행된 것으로 보고 바로 버려야 한다.

왜 깨는 쉽게 상할까?
깨는 다른 곡류나 견과류보다 특히 산패가 빠른 편이다. 이유는 지방산 함량 때문이다. 참깨의 경우 전체 성분 중 약 50%가 지방이고, 그중 상당 부분이 불포화지방산이다. 불포화지방산은 건강에는 유익하지만 구조적으로 이중결합이 많아 산소에 노출되면 쉽게 산화된다. 게다가 깨는 크기가 작고 껍질 표면적이 넓어 공기와 접촉하는 면적이 많아 더욱 빨리 변질된다.
볶은 깨는 산패 속도가 더 빠르다. 볶으면서 껍질이 열리고 지방이 노출되며, 열 처리 과정에서 이미 산화가 일부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중에서 파는 볶은 깨는 신선할 때는 향이 좋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쓴맛이 나기 쉽다.

올바른 보관법이 답이다
깨의 신선함을 지키려면 보관 방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째, 밀폐 용기에 담아 공기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
둘째, 직사광선과 고온은 산패를 촉진하므로 반드시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보관해야 한다. 특히 볶은 깨는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장기간 보관할 경우에는 냉동 보관도 가능하다.
또한 한 번에 많은 양을 사는 것보다, 소포장 제품을 구입해 빠르게 소비하는 것이 좋다. 깨는 신선할수록 고소한 맛과 건강 효과가 극대화되므로, ‘많이 사서 오래 먹는다’는 방식은 오히려 손해다.

맛으로 확인하는 최종 점검
깨의 상태를 가장 쉽게 확인하는 방법은 직접 맛을 보는 것이다. 고소하고 담백해야 정상인데, 만약 쓴맛, 비린맛, 금속 맛이 난다면 산패가 이미 진행된 것이다. 이때는 양이 아깝더라도 반드시 버려야 한다. 또 냄새를 맡았을 때 고소한 향 대신 눅눅하고 불쾌한 향이 난다면 마찬가지다.
깨는 소량으로도 음식의 풍미를 살려주는 귀한 재료다. 하지만 신선함이 사라진 깨는 고소함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맛이 이상하다면 미련 두지 말고 버리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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