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사증후군은 복부 비만, 고혈압, 고혈당, 이상지질혈증이 함께 나타나는 상태를 의미한다. 각 요소는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파킨슨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과도 밀접히 연결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대사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약 40% 높았다. 이는 단순한 동반질환 관계가 아니라, 대사 이상이 뇌 신경세포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인슐린 저항성과 도파민 신경
파킨슨병의 핵심은 뇌 흑질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되는 것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심한 대사증후군 환자는 뇌에서도 인슐린 신호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다. 인슐린은 단순히 혈당 조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세포의 생존과 시냅스 기능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슐린 신호가 약화되면 도파민 신경세포의 에너지 대사가 불안정해지고, 결국 퇴행 속도가 빨라진다. 즉, 대사증후군은 뇌의 ‘연료 공급 시스템’을 무너뜨려 파킨슨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만성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
대사증후군에서는 지방 조직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지속적으로 분비된다. 이 만성 염증 반응은 혈관뿐 아니라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 뇌 속 미세아교세포가 과활성화되면 신경세포 주변에서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도파민 신경세포가 손상되기 쉽다.
특히 파킨슨병은 산화 스트레스에 취약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어, 대사증후군이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가파르게 높아지는 것이다. 결국 전신 염증이 신경퇴행성 질환의 불씨로 작용하는 셈이다.

혈관 건강 악화와 뇌 손상
대사증후군은 뇌혈관 건강을 악화시켜 파킨슨병 위험을 높이는 또 다른 경로가 된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은 뇌혈류를 줄이고 미세혈관 손상을 일으킨다. 도파민 신경세포는 산소와 영양 공급에 민감하기 때문에, 혈관 손상은 곧 신경세포 소실로 이어진다.
또한 대사증후군은 동반되는 동맥경화를 통해 뇌 미세출혈과 허혈성 손상의 위험을 키우는데, 이런 반복적 손상이 파킨슨병 진행을 촉진한다는 보고도 있다. 결국 뇌혈관 질환과 신경퇴행성 질환은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예방적 접근의 필요성
대사증후군이 파킨슨병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곧 예방 전략이 있다는 의미다. 체중 관리, 혈당 조절, 혈압과 지질 정상화는 단순히 심혈관 질환 예방뿐 아니라 뇌 건강 보호에도 직결된다. 실제로 규칙적인 운동과 지중해식 식단을 실천한 그룹에서 파킨슨병 발병률이 낮았다는 연구가 있다.
따라서 중년 이후 대사증후군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파킨슨병 예방의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 결국 뇌 건강은 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신 대사 균형 위에서 지켜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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