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부유충이행증은 피부 속에 기생충의 유충이 침입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주로 고양이·개 같은 동물의 장내 기생충인 ‘구충류(hookworm)’의 유충이 원인으로, 동물의 배설물에 섞여 나온 알이 모래나 흙에서 부화해 사람 피부로 들어오면서 감염이 일어난다.
특히 맨발로 바닷가 모래를 밟거나 모래사장에서 장시간 눕는 경우 유충이 피부를 뚫고 들어올 수 있다. 흔히 ‘크리핑 에럽션(creeping eruption)’이라 불리는 뱀 모양 발진이 대표적 증상이다.

동물 배설물과 오염된 모래
피부유충이행증이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이유는 모래가 동물 배설물로 오염되기 쉽기 때문이다. 해변은 유기물이 풍부하고 습기가 유지되어 기생충 알이 부화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여기에 유기견이나 고양이, 혹은 방치된 애완동물의 배설물이 그대로 섞이면 구충류 알이 모래에 퍼지게 된다.
부화된 유충은 햇볕을 피해 모래 속에 숨어 있다가, 피부 접촉 시 침투하는 특성을 가진다. 결국 바닷가 모래놀이는 의도치 않게 기생충 감염 위험에 노출되는 행동이 될 수 있다.

피부에 나타나는 특징적 증상
유충이 피부로 들어오면 곧바로 혈류로 이동하지 못하고 표피와 진피층 사이를 기어 다닌다. 이때 붉고 구불구불한 선 모양의 발진이 생기며, 심한 가려움이 동반된다. 발진은 하루에도 몇 밀리미터씩 이동해 ‘기어 다니는 듯한’ 모양을 만든다. 가려움 때문에 긁으면 2차 세균 감염으로 염증과 농양이 생길 수도 있다.
발은 물론, 허벅지, 엉덩이, 팔꿈치처럼 모래와 오래 닿은 부위에서 잘 생긴다. 대개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불편감과 미용적 문제로 인해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와 예후
피부유충이행증은 항기생충제인 알벤다졸이나 이버멕틴을 복용하면 대부분 빠르게 호전된다. 국소 부위라면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 연고로 가려움과 염증을 완화할 수 있다. 보통 수주 내 자연 소실되기도 하지만, 유충이 남아 있으면 증상이 반복되므로 적극적인 치료가 권장된다.
다행히 사람 몸에서는 성충으로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전신 감염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소아나 면역력이 약한 환자는 증상이 심해질 수 있어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예방이 최선의 대응
피부유충이행증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오염된 모래와의 직접 접촉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닷가에서는 맨발로 다니기보다 신발을 착용하고, 돗자리 없이 모래에 눕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반려동물의 배설물 관리와 해변 환경 정화도 필수적이다. 또한 모래놀이 후에는 반드시 깨끗이 샤워하고, 가려운 증상이 생기면 방치하지 말고 의료진을 찾는 것이 안전하다. 결국 바닷가 모래사장에서의 작은 습관이 감염을 예방하고, 건강한 여름을 지키는 첫걸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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