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발표된 역학 연구에서 여성 중 블랙커피를 주로 마시는 그룹에서 대장암 발생 위험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66%나 높게 나타났다는 결과가 나왔다. 여기서 말하는 블랙커피는 아메리카노, 드립, 원두 등 첨가물이 없는 커피를 뜻한다.
흥미로운 점은 설탕이나 우유를 첨가한 커피에서는 위험 증가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이 블랙커피를 건강한 선택으로 여기지만, 이번 결과는 단순히 ‘첨가물이 없는 게 더 낫다’는 통념을 뒤집는 것이다.

커피 속 카페인과 폴리페놀의 양면성
커피에는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과 카페인이 풍부해, 적정량 섭취 시 대사 질환이나 일부 암의 위험을 낮춘다는 보고가 많다. 하지만 고농도의 카페인과 산성 성분은 장 점막을 자극해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여성은 호르몬 변화에 따라 장 점막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블랙커피는 아무런 완충 작용 없이 카페인과 산성 물질이 직접 장을 자극하기 때문에, 장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우유나 설탕은 이런 자극을 어느 정도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장내 미생물 환경의 차이
대장암 발생에는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블랙커피는 장내 산도를 변화시켜 일부 유익균을 줄이고, 발암물질을 만드는 세균이 늘어날 수 있다. 특히 고농도의 카페인은 장 운동성을 과도하게 높여 점막 손상을 반복적으로 유발할 수 있다.
반면 우유가 들어간 커피는 유당과 단백질이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 균형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준다. 설탕 역시 과다하면 해롭지만, 적정량은 커피의 산성 성분을 중화해 장내 환경을 덜 불안정하게 만든다.

여성 호르몬과의 상호작용
여성에서만 블랙커피 섭취가 대장암 위험을 높인다는 결과는 호르몬 요인과도 관련이 있다. 에스트로겐은 대장암 발생에 보호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카페인이 에스트로겐 대사를 방해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
특히 블랙커피처럼 강한 자극을 주는 형태는 호르몬 대사의 균형을 더 크게 흔들 수 있다. 반면 우유와 설탕이 첨가된 커피는 이런 영향을 완화시키며, 결과적으로 대장암 위험을 높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한 식습관이 아닌, 성별과 호르몬 특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인 문제다.

올바른 커피 섭취 습관
이번 연구가 모든 사람에게 블랙커피를 피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 대장암 가족력이 있거나 장 질환 이력이 있다면 블랙커피의 과도한 섭취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하루 권장량인 2~3잔 이내로 제한하고, 가능하다면 우유를 소량 첨가해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균형 잡힌 식단과 꾸준한 장 건강 관리다. 커피가 건강식이 될지 위험 요인이 될지는 결국 섭취 습관과 개인의 몸 상태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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