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여러 연구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에게서 비타민 D 수치가 일반 아동보다 낮게 나타난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 비타민 D는 단순히 뼈 건강을 지키는 영양소가 아니라, 신경 발달과 면역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태아기와 영유아기의 비타민 D 부족은 뇌 발달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신경 전달물질의 균형에도 관여한다. 따라서 자폐 아동에서 발견되는 비타민 D 부족은 단순한 영양 문제를 넘어 발달적 특성과 밀접하게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

생활 습관과 햇빛 부족
비타민 D는 음식으로도 섭취되지만, 대부분은 햇빛을 통해 피부에서 합성된다. 그런데 자폐 아동은 사회적 상호작용과 감각 민감성 문제로 인해 야외 활동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경우가 많다.

강한 빛이나 외부 환경에 대한 불편감 때문에 햇볕을 피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생활 습관은 자연스럽게 비타민 D 합성을 줄이고, 만성적인 결핍으로 이어진다. 결국 환경적 요인이 생리적 부족을 가속화하는 셈이다.

면역과 염증 반응의 관점
비타민 D는 뇌뿐 아니라 면역 체계에도 중요한 조절 인자다. 부족하면 염증 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이는 신경 발달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실제로 자폐 스펙트럼 아동에게는 뇌와 장의 염증 반응이 높다는 보고가 있는데, 비타민 D 부족이 이를 악화시킬 수 있다.
장-뇌 축(gut-brain axis)을 통해 장내 환경의 불균형이 신경 발달과 행동 특성에 연결된다는 연구도 많다. 따라서 비타민 D 결핍은 단순한 영양 부족이 아니라, 전신적 면역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산전·산후 요인의 영향
비타민 D 부족은 태어나기 전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임신 중 모체의 비타민 D 수치가 낮으면 태아의 뇌 발달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가 있다. 실제로 북유럽이나 햇볕이 적은 지역에서 출생한 아이들 중 자폐 스펙트럼 진단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출생 후에도 모유 수유만 하는 아기에게 보충제가 제공되지 않으면 결핍이 심해질 수 있다. 결국 산전·산후 전반에 걸쳐 비타민 D 부족은 누적적인 영향을 미친다.

관리와 예방을 위한 접근
자폐 스펙트럼의 원인을 비타민 D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위험 인자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자폐 아동은 정기적으로 혈중 비타민 D 수치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보충제를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동시에 햇빛 노출 시간을 조금씩 늘리고, 비타민 D가 풍부한 생선, 계란, 강화 우유 같은 식품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증상을 완전히 없애는 치료가 아니라, 발달과 건강을 최적화하는 관리 전략이다. 작은 영양소 하나지만, 자폐 아동의 삶의 질과 발달에 중요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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