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을 과하게 자극하는 일명 국뽕 영화로 뜬 중국 배우 겸 연출자 우징(오경, 51)이 전례가 없는 굴욕을 맛봤다. 카메오 출연에 제작에도 관여한 신작이 불과 개봉 6일 만에 극장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오경 신화에 오점을 남겼다.
2일 중국 영화 및 드라마 정보 사이트 묘안전영에 따르면, 오경이 제작에 참여하고 카메오 출연한 영화 ‘재현, 괴단(再見, 壊蛋)’은 개봉한으로부터 6일이 지난달 28일 극장 상영을 마감했다.
이 영화가 중국 전역에서 벌어들인 수입은 불과 26만7000위안(약 5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중국 최고의 액션 스타이자 국뽕 영화를 대표하는 오경의 전작들이 죄다 뛰어난 성적을 거둔 점에서 상당히 의외다.

이번 상황이 중국 국뽕 영화의 몰락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근 중국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난징사진관’처럼 역사에 기반하고 과한 연출을 배제한 사실적인 애국 영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반면 오경이 등장하는 그간의 영화들은 지나치게 애국심을 자극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변화는 중국 영화계에서 이미 감지됐다. 박찬욱(62) 감독이 2022년 제75회 칸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브로커’의 배우 송강호(58)가 남우주연상을 받자 중국 텅쉰망은 “국뽕에 의지하지 않는 한국 영화의 약진이 무섭다”고 평가했다.
텅쉰망은 “한국은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가 2020년과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세계 영화계가 놀랄 좋은 상을 받았다”며 “칸영화제 첫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역대 두 번째 감독상을 수상한 한국은 중국을 멀리 따돌렸다”고 덧붙였다.

광저우일보도 “중국 영화가 2000년대 들어 퇴보한 반면 한국 영화는 르네상스를 맞았다”며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실험정신이 강한 한국 영화인들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중”이라고 호평했다.
특히 신문은 “한국 영화가 앞으로 세계 영화계에서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데 많은 예술인들이 동의한다”며 “중국 영화계는 애국심을 고취하는 작품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영화계는 오로지 공산당을 찬양하는 국뽕 영화 내지 사극에 집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 제작자는 “무려 14년 전 방송한 TV 드라마 ‘견훤전’이 아직도 수시로 웨이보 트렌드에 진입하는 점만 봐도 중국은 콘텐츠가 퇴보한 나라”라며 “흥행이 보장되는 애국‧액션 영화만 만들어서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아쉬워했다.
이런 비판을 받는 국뽕 영화의 최전선에 바로 오경이 존재했다. 애국 영화 전문 배우로 통하는 오경의 주연작 ‘장진호’는 2021년 코로나 사태에 개봉했음에도 세계 흥행수입 9억254만935달러(약 1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중국에서만 8억9940만 달러(약 1조2500억원)를 찍으며 오경은 전성기를 누렸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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