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란 껍질은 육안으로 보기엔 매끄럽고 단단하지만, 실제로는 수천 개의 미세한 기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기공은 공기와 수분을 안팎으로 교환하게 해주는 통로 역할을 한다. 때문에 계란은 내부에 산소를 공급하고, 과잉 수분을 배출하면서도 외부 환경과 어느 정도 연결돼 있는 구조다.
문제는 이 기공들이 미세먼지나 세균이 들어갈 수 있는 ‘열린 통로’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외부 환경이 깨끗하면 문제가 없지만, 온도 변화나 습도 변화가 잦을 경우, 이 기공이 더 넓어지거나 껍질이 미세하게 손상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보관 위치에 따라 신선도와 위생 상태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냉장고 문쪽은 온도 변화가 잦아 껍질에 미세 균열이 생기기 쉽다
냉장고 문쪽은 구조상 자주 열리고 닫히는 위치이기 때문에 내부 온도가 쉽게 흔들린다. 평균적으로 냉장고 문을 열면 2~3도의 온도 상승이 생기고, 짧은 시간 안에 수차례 반복되면 음식물 표면에는 열-냉 스트레스가 가해지게 된다. 계란처럼 수분과 단백질을 포함한 식품은 이 영향에 더 민감하다.
특히 계란 껍질은 얇고 석회질로 구성돼 있어 온도 변화에 따라 미세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헤어라인 크랙(미세 균열)이 생길 수 있고, 이 틈으로 외부 세균이나 냉장고 속 이물질이 침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껍질이 깨지지 않았더라도, 내부 오염이 시작될 수 있는 조건이다.

세균은 온도 변화와 습도를 타고 더 쉽게 증식한다
계란 껍질에 존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위험균은 살모넬라균이다. 이 균은 외부 껍질에 묻어 있다가 온도 변화가 잦은 환경에서 서서히 껍질을 통과해 내부로 침투할 수 있다. 특히 습도가 높은 상황에서는 껍질 표면에 응결이 생기고, 이 물기를 통해 세균이 더 쉽게 이동하게 된다.
냉장고 문쪽은 외기와의 접촉이 많아 습도 변화도 함께 발생하기 때문에, 계란 표면에 수분이 맺히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이 상태에서 미세 균열이 있다면 세균은 내부로 들어가 단백질층을 오염시키고, 결국 안전하지 않은 식품이 될 수 있다. 제대로 조리하지 않을 경우, 식중독 위험도 함께 높아진다.

계란은 냉장고 깊숙한 내부에 보관하는 게 안전하다
가장 좋은 계란 보관 위치는 냉장고 문이 아닌, 냉장고 안쪽의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칸이다. 보통 채소 칸 바로 위쪽 선반이나 중간층이 적당하다. 냉장고 내부는 문보다 1~2도 더 낮고, 온도 변화도 적기 때문에 계란 껍질에 가해지는 물리적 스트레스가 훨씬 줄어든다.
또한 계란은 플라스틱 포장지보다는 원래의 종이 트레이에 담아두는 것이 좋다. 종이 재질은 습기 조절이 가능하고, 껍질이 서로 부딪혀 생기는 손상을 막아준다. 일부 냉장고 문에 붙어 있는 ‘계란 전용 공간’은 구조적으로는 편리하지만, 실제 위생과 신선도 면에서는 권장되지 않는다.

세척 여부와 사용 시점까지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계란은 껍질이 오염됐다고 해서 무조건 세척 후 보관하는 것은 좋지 않다. 물로 세척하면 껍질의 보호막인 큐티클 층이 손상돼, 오히려 세균 침투 위험이 더 높아진다. 따라서 세척은 먹기 직전에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이미 세척된 계란이라면 반드시 냉장 보관이 필요하다.
또한 구입한 날짜를 표시하거나, 낱개로 꺼낼 때는 오래된 계란부터 사용하는 선입선출 방식을 지키는 것이 좋다. 계란은 냉장 보관해도 2~3주 이내에 섭취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내부 단백질의 변성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보관 방식 하나만 바꿔도 식중독이나 위생 사고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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