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후기의 음식 기록집인 『규합총서』나 『동의보감』 같은 문헌에서도 낙지는 기혈을 보충하고, 허약한 체력을 돕는 해산물로 자주 언급됐다. 지금처럼 산낙지나 낙지볶음 형태는 아니었지만, 찜이나 탕 형태로 조리되어 환자나 노약자에게 제공됐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은 거의 없어 ‘기력 보충은 되지만 부담은 없는’ 식재료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낙지는 100g당 단백질이 약 16g 수준으로 높고, 지방은 1g도 되지 않는다. 특히 지질 함량이 낮은 대신 타우린 함량이 매우 높아 심장 기능이나 간 기능 회복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히 힘이 난다는 민간 인식은 과학적으로도 뒷받침되는 내용이다.

낙지의 핵심 성분, 타우린은 어떤 작용을 할까?
낙지를 대표하는 영양소는 단연 타우린이다. 타우린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에너지 대사 조절과 세포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피로 회복, 간 해독, 혈압 조절, 심장 수축력 향상 등의 효과가 입증되어 있다. 음료 광고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낙지에는 100g당 약 1,000mg 이상의 타우린이 들어 있어, 일반 생선이나 육류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특히 알코올을 자주 섭취하거나, 만성 피로를 자주 느끼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간 기능이 약한 사람에게 ‘낙지죽’을 권하는 전통도 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것이다.

심혈관 건강과 두뇌 기능 개선에도 긍정적인 효과
낙지는 오메가-3 지방산의 일종인 DHA와 EPA도 소량 포함하고 있다. 이 성분들은 혈관 내 염증을 줄이고, 혈액 순환을 개선하며,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오메가-3의 대표 식품인 등푸른 생선보다는 함량이 낮지만, 고단백 저지방이라는 장점을 동시에 가진 식품으로선 의미가 있다.
또한 타우린과 함께 작용할 경우 뇌세포 보호, 집중력 향상, 노화 억제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뇌 건강에 좋은 식품은 지방이 많은 경우가 많아 다이어트와 충돌하기 쉬운데, 낙지는 지방 함량이 거의 없어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는 해산물 중 하나다.

낙지는 저알레르기 해산물이라 소화도 용이하다
해산물 중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낙지는 비교적 알레르기 반응이 적은 편에 속한다. 갑각류나 연체동물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중에서도 낙지는 괜찮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히스타민 유리 반응이 적고 단백질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이다.
또한 조직 자체가 연하고 부드러워서 소화에 부담이 덜하다. 위장이 약한 노인이나 회복기 환자에게 낙지죽, 낙지전골 등이 추천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산낙지처럼 날 것으로 먹을 경우에는 기도 질식 위험이나 기생충 감염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인만 즐기는 이유는 조리 문화에 있다
낙지를 날 것으로 먹는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유럽이나 북미에선 낙지를 ‘먹는 해산물’로 분류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일본 역시 주로 문어나 오징어를 선호한다. 낙지는 손질이 까다롭고, 식감이 강해 잘못 조리하면 질기고 비린 맛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매운 양념과 볶음, 탕, 숙회 등 다양한 조리 방식이 정착되어 있어 낙지 고유의 감칠맛과 영양을 살리는 노하우가 오래 전부터 축적돼 있다. 이런 조리법 덕분에 낙지는 단순한 ‘기력 보충 음식’을 넘어 현대인에게도 필요한 단백질·타우린 공급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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