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조숙증은 일반적으로 여자아이에게 더 흔한 질환으로 여겨지지만, 최근에는 남아 성조숙증 비율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남아의 경우 초기 증상이 눈에 잘 띄지 않아 진단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미 키 성장이 멈춰가고 난 뒤에야 이상을 느끼는 부모들이 많다는 것이 문제다.
성조숙증은 2차 성징이 일반적인 나이보다 1~2년 이상 빨리 시작되는 상태를 말한다. 남아는 보통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거나 음모, 여드름, 체취 변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 시점을 놓치면 성장판이 빨리 닫히면서 최종 키가 크게 손해를 볼 수 있다.

성장판이 먼저 닫히기 때문에 키 손해가 크다
남아의 경우 사춘기가 빨리 오면 성장호르몬이 급격히 분비되면서 초기에는 키가 빠르게 자라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성장판이 조기 폐쇄되면서 성장이 빨리 멈춘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최종 성인 키가 또래보다 5~10cm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키 성장에 민감한 시기인 초등학교 2~4학년 무렵에 성조숙증이 시작되면, 치료 시기를 놓쳤을 때 회복이 어렵다. 성장판이 완전히 닫힌 뒤에는 어떤 치료도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기 진단과 함께 골연령(뼈 나이) 검사와 호르몬 수치 분석이 빠르게 병행되어야 한다.

남아 성조숙증은 여자보다 발견이 어렵다
여자아이들은 유방 발달로 비교적 쉽게 변화가 눈에 띄는 반면, 남아는 고환 크기나 음모 발생처럼 부모가 인지하기 어려운 부분에서 변화가 시작되기 때문에 발견이 더 늦어진다. 또한 남자아이의 조기 사춘기 증상을 단순히 ‘성장이 빠른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방치할 경우 근육 증가, 음성 변화, 정서 불안정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또래보다 체격은 커도 심리적 불균형이 생기기 쉽다. 키 손해뿐 아니라 심리사회적 문제도 병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 발견과 대처가 중요하다. 남아는 특히 성장속도와 체격의 변화에 더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치료는 빠를수록 좋지만, 무조건적인 억제는 아니다
성조숙증 치료는 일반적으로 사춘기 진행을 늦추는 호르몬 치료(GnRH 작용제)를 통해 성장판이 닫히는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무조건 모든 성조숙증을 억제 치료해야 하는 건 아니다. 성조숙증 여부와 골연령의 차이, 성장 속도, 가족 키 유전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치료는 보통 만 9세 이전에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이미 진행된 경우에도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개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너무 늦게 시작하면 치료 효과가 줄어들 수 있으므로, 의심 증상이 있다면 성장클리닉 등 전문 기관에서 정확한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알 수 있는 초기 변화, 이렇게 살펴보자
남아 성조숙증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일상에서 관찰할 수 있는 몇 가지 신호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만 8~9세 이전에 고환 크기가 커졌거나, 음모나 겨드랑이 털이 보이기 시작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몸냄새 변화, 여드름, 공격성 증가도 사춘기의 초기 징후일 수 있다.
또래보다 급격히 키가 자라는데 발 크기나 체격 변화도 함께 나타난다면, 일시적인 성장 급등이 아닌 성조숙증의 시작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병원 검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다. 조기 치료는 예후가 좋은 만큼, ‘성장률’보다 ‘성장판 닫힘 속도’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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