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던 외국인들의 국내 주택 투기가 잇따랐다. 특히 윤석열 정부 집권 중 2년간 외국인 주택 소유자 수는 2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현 정부는 수도권 지역에 외국인 대상 ‘부동산 거래 허가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시장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다.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에서 제출받은 외국인 주택 소유 현황을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 주택을 소유한 외국인은 윤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말 8만2666명에서 2년 후인 2024년 말 9만9839명으로 20.7%(1만7173명) 늘었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4만7912명에서 5만9722명으로 1만1810명(24.6%) 늘어 증가 규모가 가장 컸고 전체 외국인 소유자 국적별로도 최다를 기록했다. 이어 미국인(1만7891명→2만36명)이 같은 기간 2145명 늘었고 기타 아시아 출신(1581명→2620명)은 1039명, 베트남인(945명→1592명)은 647명, 캐나다인(4859명→5341명)은 482명, 기타 유럽(1053명→1529명)은 476명 각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외국인이 12억 원 이상 고가 주택을 구입한 사례는 500건이 넘었다. 박 의원이 윤석열 정부 집권 시기 외국인 주택 구매자가 제출한 주택자금 조달 계획서 2899건을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아 조사한 결과 12억 원 이상 주택 거래 건수는 546건으로 전체의 18.8%였다. 30억 원 이상∼50억 원 미만 주택 구입은 89건(3.1%), 50억 원 이상∼100억 원 미만은 22건(0.8%), 100억 원 이상은 5건(0.2%)으로 조사됐다.
외국인의 경우 해외 금융 기관을 통해 대출을 받으면 국내 부동산 대출 규제를 피할 수 있기에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국세청은 지난달 △편법증여 이용 취득자 16명 △탈루소득 이용 취득자 20명 △임대소득 탈루 혐의자 13명 등 외국인 49명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들의 탈루 혐의 금액은 총 2000억 원∼3000억 원에 달했다. 이들이 매입한 230여 채 가운데 70%가 서울 강남3구에 집중됐다. 100억 원이 넘는 아파트도 포함됐다.
특히 정부가 6.2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및 수도권 등의 주택담보대출 금액 최고 6억 원 제한, 실거주 의무 강화했으나 이를 벗어난 외국인들의 투기 수요가 늘며 역차별 논란이 잇따랐다. 또한,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거래는 시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26일부터 1년간 수도권 지역에 외국인 대상 토지거래 허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대상 지역은 서울 전역과 인천 7개 구, 경기도 23개 시군이다. 단독주택·다가구주택·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 주택 등 대부분의 주택 유형이 대상이다. 주거지역에서 6㎡ 이상 토지를 거래하는 경우에도 허가가 필요하다.
거래 허가를 받은 외국인은 취득 후 4개월 내 입주해야 하며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 만일 이를 위반할 경우, 지자체의 이행명령을 받으며 불응 시 토지 취득가액의 최대 1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이 반복 부과된다.
이상경 국토부 제1차관은 “이번 대책은 외국인의 투기성 주택거래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장치”라며 “시장 교란 행위를 원천적으로 막아 국민 주거복지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외국인 국내 부동산 거래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윤석열 전 정권 당시 부동산 규제가 약하고 추가 규제 가능성이 낮아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은 부동산 시세를 잘 몰라 호가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내국인이 10억 원에 매매할 매물을 15억 원 등 높은 가격에 매매하다 보니 시장 혼란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 토지거래허가 등 규제를 통해 거래량이 점차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부동산 시장 혼란 방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외국인의 주택 취득 시 실거주 수요 확인과 투기 억제를 목적”이라며 “내국인과 외국인 간 형평성 문제를 고려했을 때 긍정적”이라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다만 이번 조치만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면서 “허가 기준·위반 시 불이익을 세부적으로 구체화하고 아파트와 동일한 구조인 주거용 오피스텔 등 준주거 시설도 제도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사 읽기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