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소행성대 왜행성 세레스(Ceres)에서 방사성 열에너지 흔적이 확인돼 시선이 쏠렸다. 천문학자들은 이 천체에 한때 생명체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달 말 조사 보고서를 내고 세레스의 내부에 일찍이 방사성 열에너지가 존재했다고 전했다. NASA는 이 에너지가 지하의 바다를 따뜻하게 데웠고, 생명체가 활동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공전주기 4.6년에 지름 약 940㎞인 세레스는 적당한 중력 때문에 인류의 행성 이주 후보로 꼽혀왔다. 2014년 허블우주망원경이 세레스 표면에서 다량의 수증기를 포착하며 세레스는 제2의 지구로 불렸다.

NASA는 세레스 탐사선 던(DWAN)이 수집한 데이터를 기초로 천체의 최신 컴퓨터 모델을 제작했다. 이 과정에서 천체 내부의 열이 수억 년에 걸쳐 유지된 점에 주목했다. NASA는 이 열 덕에 지표면 아래 바다가 만들어져 생명체가 살았다고 추측했다. 물론 세레스는 현재 열을 잃었지만, 이번 연구는 토성 위성 엔켈라두스와 타이탄, 목성의 유로파 등 지하에 바다를 가진 위성의 탐사가 중요함을 상기하게 했다.
던 탐사선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세레스를 주회하며 표면의 상태를 살폈고 중력과 화학 조성, 대기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했다. 그 결과 세레스의 표면에 물과 염분을 포함한 광물이나 유기탄소가 존재하고 지하에 소금기를 띤 바다가 있었음을 알아냈다.

NASA 관계자는 “던 탐사선은 세레스 남반구에 우뚝 솟은 원뿔형 산을 불과 1470㎞ 거리에서 촬영했다”며 “이 산의 높이는 약 6㎞에 이르는데, 그 내부에 열원의 힌트가 숨어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세레스는 에너지원이 없어 생명이 존재하기 부적합하다고 생각됐지만 던의 탐사에서 과거 방사성 동위원소 붕괴로 열이 발생했음을 확인했다”며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세레스의 핵은 형성 직후부터 수억 년 동안 섭씨 280℃에 가까운 고온을 유지한 것을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지구의 경우 심해의 열수분출공 주변에 많은 미생물이 서식한다. 이들은 햇빛 없이도 열수분출공이 뿜어내는 광물질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살아간다. 세레스 바다의 생명체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존재했을 가능성을 NASA는 점쳤다.
NASA 관계자는 “세레스의 방사성 열원이 천체를 가열한 기간은 길어야 20억 년 정도이며, 지금으로부터 약 25억 년 전에는 완전히 식어 버렸을 것”이라며 “세레스는 현재 혹한의 천체로, 만일 생명이 존재했더라도 이미 멸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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