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화제가 된 ‘이시바 카레’는 일본 정치인 이시바 시게루의 이름을 딴 독특한 카레로, 특이하게도 커피가 주요 재료로 들어간다. 그런데 단순한 가십이 아닌, 이 커피가 카레의 맛과 풍미에 아주 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이시바 본인은 “맛의 깊이를 위해 커피를 넣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커피는 카레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재료지만, 요리에서 커피는 일종의 ‘숨은 조연’ 역할을 하며 감칠맛을 증폭시킨다. 특히 인스턴트 커피의 경우, 풍미는 진하면서도 쓴맛이 깔끔하게 떨어져 카레와 잘 어울리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 조합은 생각보다 과학적으로 꽤 타당하다.

커피의 쓴맛과 산미가 카레의 향신료를 정리해준다
카레에는 큐민, 강황, 고수, 계피 등 수많은 향신료가 들어가는데, 이 향들이 때로는 자극적이거나 텁텁하게 느껴질 수 있다. 여기에 소량의 커피가 들어가면, 쓴맛과 산미가 향신료의 복잡함을 정리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단맛이 주를 이루는 한국식 카레와 달리, 이시바 카레 같은 스타일에서는 쓴맛의 조화가 전체 밸런스를 잡는 핵심 요소가 된다.
또한 커피의 산미 성분은 고온에서 조리될 때 풍미를 안정시켜주고, 다른 재료들의 맛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복잡한 향신료 조합 속에서 커피는 일종의 ‘마무리 브러시’처럼 작용하는 셈이다. 그래서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커피를 넣은 카레가 더 묵직하고, 맛이 또렷하다고 평가받는다.

고기 잡내를 줄이고 깊은 맛을 내는 데 효과적이다
카레는 종종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등 육류를 기본으로 사용하는데, 고기의 누린내나 지방 냄새가 문제될 수 있다. 이때 커피가 가진 강한 로스팅 향과 폴리페놀 성분이 잡내를 중화시켜주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고기를 볶기 전에 소량의 커피를 넣거나, 조림 단계에서 커피를 넣으면 잡내 제거와 동시에 풍미를 더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는 스테이크 소스나 불고기 양념에 커피가 종종 쓰이는 이유와 같다. 고온에서 조리될 때 커피의 쓴맛과 향이 지방과 반응해 보다 진한 감칠맛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카레처럼 다양한 식재료가 뒤섞인 요리에선 커피 한 스푼이 조미료로는 낼 수 없는 ‘깊은 맛’을 만들어준다.

커피 속 ‘폴리페놀’은 산화 방지와 보존력 향상에도 기여한다
커피에는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과 클로로겐산이 풍부하게 들어있는데, 이 성분들은 카레 속 재료들이 조리 중 산화되는 것을 어느 정도 억제해주는 기능도 한다. 즉, 단순히 맛만 좋아지는 게 아니라 보관성이나 풍미 유지 면에서도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특히 카레는 하루 정도 숙성시켜 먹는 경우가 많은데, 커피를 넣으면 맛이 더 부드럽게 숙성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폴리페놀은 기름기 많은 고기 요리에 포함될 경우 지방 산화를 늦추는 역할도 하므로, 장시간 조리되는 카레에 들어가면 맛의 변질을 늦추는 보조제 역할까지 하게 된다. 단순히 맛내기가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시너지’가 발생하는 조합이라는 점에서 말 그대로 숨은 명배우인 셈이다.

직접 만들 때는 ‘과하지 않게’ 넣는 게 포인트다
집에서 커피를 카레에 넣어보고 싶다면,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너무 많이 넣으면 전체 맛이 금세 씁쓸해지고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 보통 1~2인분 기준으로 인스턴트 커피 반 스푼 이하만 넣는 게 적당하고, 카레를 졸일 때 중간 타이밍에 넣는 것이 좋다. 너무 초반에 넣으면 향이 날아가고, 너무 늦게 넣으면 이질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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