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미는 백미보다 섬유질이 많고 혈당지수가 낮아 건강식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단점도 있다. 바로 피틴산(phytic acid)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피틴산은 현미의 껍질 부분에 주로 들어 있는데, 이 물질은 미네랄과 결합해 체내 흡수를 방해하는 작용을 한다.
특히 피틴산은 칼슘, 철분, 아연, 마그네슘 같은 필수 미네랄을 킬레이트(chelate) 형태로 묶어 배출되도록 만든다. 그 결과, 충분한 양의 미네랄을 섭취하더라도 체내로 들어오는 양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건 단순한 밥 한 끼 문제가 아니라 체내 미네랄 대사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철분과 아연 흡수가 특히 잘 막힌다
피틴산이 미네랄을 방해하는 작용은 모두에게 일어나지만, 그 중에서도 철분과 아연의 흡수율 저하가 가장 뚜렷하다. 철분은 적혈구 생성과 산소 운반, 아연은 면역 기능과 세포 회복에 필수적인데, 이 둘 모두 체내 저장량이 제한적이고 음식으로 보충해야 하는 영양소다.
현미밥만 반복적으로 먹고 다른 보충이 없다면, 빈혈 증상이나 피로감, 면역력 저하가 올 수 있다. 특히 여성이나 성장기 아이, 노인층은 철분 결핍이 더 빨리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현미 자체의 영양성분보다도 흡수를 방해하는 구조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피틴산은 조리만으로 제거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세척이나 밥짓기 과정으로는 피틴산이 거의 제거되지 않는다. 일부 조리법에서 8시간 이상 불리거나 발아과정을 거치는 경우 피틴산 함량이 조금 줄어들긴 하지만, 가정에서 짓는 밥 기준으로는 큰 변화가 없다. 따라서 현미밥을 건강식으로 먹는다고 하더라도, 하루 세 끼를 전부 현미로 채우는 건 위험할 수 있다.
문제는 ‘쌀’이라는 베이스 자체가 매끼 반복된다는 점이다. 주식에서 오는 반복 섭취는 체내 누적 효과로 이어진다. 피틴산은 몸속에서 독성을 유발하는 물질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미네랄 흡수를 억제하기 때문에 만성 결핍 상태를 유도할 수 있다. 특히 식단이 단순한 사람일수록 이 문제가 더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해답은 미네랄이 풍부한 반찬을 곁들이는 것
현미밥을 건강하게 먹으려면, 흡수율을 보완할 수 있는 반찬을 반드시 함께 먹어야 한다. 예를 들어 철분이 풍부한 붉은 육류, 아연이 많은 굴이나 견과류, 칼슘이 많은 멸치나 두부, 마그네슘이 풍부한 해조류 등을 곁들이는 식단은 훌륭한 조합이다. 여기에 비타민C가 풍부한 채소나 과일을 곁들이면 철분 흡수율도 높아진다.
즉, 현미가 건강식이 되려면 현미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것을 보완하는 식재료와의 ‘밸런스’가 핵심이다. 특히 단백질 위주의 반찬이 많은 한식과는 상성이 좋지만, 채식 위주의 식단과 현미만 조합될 경우에는 결핍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현미는 곁들일수록 더 좋은 곡물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건강식도 ‘균형’ 없으면 독이 된다
결국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균형 없이 매끼 반복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현미는 백미보다 섬유질이 많고 혈당지수가 낮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영양 흡수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는 구조적인 단점도 함께 갖고 있다. 특히 다이어트, 당 조절, 간헐적 단식 등으로 식사량 자체가 줄어든 사람에겐 이 문제는 더 민감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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