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몸은 하루를 기준으로 움직이는 24시간 생체시계(서카디안 리듬)에 따라 작동한다. 이 리듬은 수면뿐만 아니라 소화, 호르몬 분비, 혈당 조절, 체온 등 거의 모든 생리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밤 12시 무렵부터는 몸이 자동으로 ‘회복 모드’로 전환되며, 이 시간대에 자지 않으면 대사 리듬이 깨지게 된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같은 수면 시간을 확보해도 잠든 시간이 늦을수록 인슐린 민감도가 낮아지고, 식후 혈당이 더 높게 나타난다. 즉, 수면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수면의 ‘시점’이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거다. 밤 12시 이전에 잠들면, 생체리듬에 맞춰 호르몬과 대사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작동하게 된다.

멜라토닌과 코르티솔의 타이밍이 혈당에 관여한다
잠에 들기 직전, 몸에서는 멜라토닌이라는 수면 호르몬이 분비되기 시작한다. 이 멜라토닌은 단순히 잠을 유도하는 것 외에도, 인슐린 분비와 작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멜라토닌 분비가 일정한 시점에 안정적으로 이루어져야, 그다음 날 혈당 스파이크를 막고 대사 밸런스를 유지하기가 쉬워진다.
반면, 밤늦게까지 깨어 있으면 멜라토닌 분비가 지연되고, 대신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이 일찍 분비되기 시작한다. 코르티솔은 혈당을 높이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이 호르몬이 잠들기 전에 이미 상승해 있으면 자고 있는 동안에도 혈당이 떨어지지 않는 상태가 된다. 결국 이는 공복 혈당 수치에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

간의 해독과 에너지 관리 능력이 수면 시간에 달려 있다
밤 12시 이후는 간이 본격적으로 노폐물과 혈중 당을 정리하고, 글리코겐을 저장하는 시간대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 잠들지 않으면, 간 해독 리듬 자체가 흐트러지고 혈당 저장 기능도 약해질 수 있다. 간은 우리가 먹은 탄수화물을 포도당으로 분해해 혈당을 올리고, 남는 당을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하거나 중성지방으로 전환한다.
그런데 수면 시간이 늦어질수록 간의 당 처리 능력이 떨어지고, 저장이 아닌 ‘당 재합성’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특히 당뇨 전단계이거나 간 기능이 예민한 사람일수록, 수면의 시작 시간이 간 건강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고 봐야 한다. 결국, 12시 이전에 잠드는 습관이 간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시간대를 확보하는 방법이 된다.

늦게 자면 야식을 유도하고 혈당 피크를 만든다
밤 11시~1시 사이에 깨어 있으면 배가 고프지 않아도 먹을 걸 찾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건 단순한 습관 문제가 아니라, 생리적으로 렙틴(포만 호르몬) 분비는 줄고, 그렐린(식욕 호르몬) 분비는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야식 섭취가 늘고 혈당 피크가 밤 시간대에 집중되면서 인슐린 저항성이 악화된다.
문제는 이때 먹은 음식이 수면 중에도 혈당을 오랫동안 유지하게 만들고, 체내 지방 저장 시스템을 과도하게 자극한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정제 탄수화물이나 고지방 음식은 혈당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며, 이는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진다. 결국 야식과 늦은 수면의 조합은 하루치 혈당 관리 흐름을 무너뜨리는 주범이 된다.

인슐린 민감도는 ‘언제 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인슐린 민감도는 몸이 인슐린에 얼마나 잘 반응하느냐를 말하는데, 이건 혈당이 얼마나 빠르게 처리되고 저장되느냐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인슐린 민감도는 오전~오후 초반에 가장 높고, 밤으로 갈수록 떨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런데 늦게 자면, 이 낮아진 민감도 상태에서 먹거나 활동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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