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10년간 전립선암 환자 수는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특히 60대 이상 남성에게 집중되어 있던 이 암이 이제는 40~50대에서도 흔하게 진단되고 있다. 국내 통계만 봐도 전립선암은 10년간 약 2.5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이 같은 추세는 서구식 식습관, 운동 부족, 환경 호르몬 노출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중에서도 주목해야 할 원인 중 하나는 ‘가공육’의 과다 섭취다. 소시지, 햄, 베이컨, 육포 같은 제품은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이 안에 들어 있는 질산염, 아질산염 같은 방부제 성분과 고온 조리 시 생성되는 발암물질은 전립선 세포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전립선암의 급증은 단순히 고령화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생활습관 개선이 필수다.

가공육 속 ‘아질산염’은 대표적인 발암물질이다
가공육을 오래 보관 가능하게 만들고 색감을 유지하기 위해 첨가되는 아질산염(Nitrite)은 체내에서 니트로소아민(N-nitroso compounds)이라는 강력한 발암물질로 전환될 수 있다. 이 성분은 위암, 대장암뿐 아니라 전립선암과의 연관성도 다수의 연구에서 보고되고 있다.
니트로소아민은 DNA에 손상을 주거나 세포 변이를 유도하는 메커니즘을 가진다. 전립선은 비교적 노화와 호르몬에 민감한 장기인데, 이런 발암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돌연변이 세포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가공육을 자주 섭취하면서 채소나 항산화 물질이 부족한 식단을 유지할 경우, 그 위험도는 훨씬 더 높아진다.

고지방·고염분 식단이 전립선 기능을 약화시킨다
가공육은 보통 포화지방과 염분 함량이 높다. 포화지방은 체내 염증 반응을 유발하고, 호르몬 대사에도 영향을 줘 전립선 내 안드로겐 수용체의 활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 전립선암은 남성 호르몬의 작용에 의해 악화되기 쉬운 암종이기 때문에, 호르몬에 영향을 주는 식단은 간접적인 발병 인자가 될 수 있다.
또한 염분 과다 섭취는 전립선 주변의 미세혈류를 악화시키고, 염증 유발 인자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전립선은 다른 장기보다 염증이 생기면 회복이 느린 조직이기 때문에, 만성 염증 상태로 이어지기 쉽고, 이 상태에서 세포의 비정상적인 증식이 암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커진다. 결국 식단은 전립선 건강에 매우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WHO도 ‘가공육 =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5년부터 가공육을 1군(Group 1) 발암물질로 공식 분류하고 있다. 여기서 1군이란 ‘사람에게 발암성이 있음이 충분히 입증된 물질’이라는 뜻이다. 담배, 석면과 같은 등급에 포함된다는 건, 섭취량과 노출 빈도에 따라 실제 암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걸 의미한다.
전립선암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도 보고되기 시작했고, 특히 가공육을 매일 50g 이상 섭취할 경우, 전립선암 위험이 15~20%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이는 단순히 많이 먹는 게 위험한 게 아니라, 적은 양이라도 매일 반복되는 섭취가 누적되며 발암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식단을 바꾸는 것이 예방의 시작이다
가공육을 완전히 끊기는 어렵더라도 섭취 빈도를 줄이고, 조리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전립선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고온에서 굽거나 튀기는 방식은 발암물질 생성을 촉진하기 때문에, 저온 조리나 찜, 삶기 방식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노출을 줄일 수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