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2PL 기대 무산…슬로바키아의 선택은 달랐다
폴란드에 이어 슬로바키아까지 한국 K-2 전차를 도입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지만, 결과는 다르게 나왔다. 슬로바키아 국방부는 최근 신형 전차 사업의 최종 후보로 튀르키예의 ‘튤파르’와 스웨덴 BAE시스템즈의 ‘CV90-120’을 선정하고, 한국의 K-2와 독일의 레오파르트2A8은 탈락시켰다. 이번 결과는 한국 방산 업계엔 분명 아쉬운 소식이다. 특히 K-2PL이 폴란드 현지에서 생산되는 만큼 슬로바키아가 폴란드-한국 협력의 연장선에서 이를 도입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K-2PL은 드론 재머, 능동방어체계 등 현지 맞춤형 옵션이 더해진 개량형으로 동유럽의 새로운 전력 표준이 될 가능성도 제기됐었다.

T-72 대체 나선 슬로바키아…신형 전차 100대 이상 도입
슬로바키아의 전차 현대화 계획은 단순한 장비 교체가 아니다. 자국 전력의 뿌리를 새로 다지는 작업이다. 현재 슬로바키아가 운영 중인 주력 전차는 구소련 시절 개발된 T-72M1이다. 성능은 시대에 뒤떨어졌고, 전 세계 전장에서의 활약은 오히려 전차의 취약성을 증명해버렸다. 이에 따라 슬로바키아는 최대 104대의 신형 전차 도입을 추진해왔고, 이 과정에서 각국의 다양한 후보가 평가 대상이 되었다. 다만 실제 도입 대상은 전통적 MBT가 아니라, 장갑차 기반의 경전차로 확정되며 사업의 방향이 선회되었다. 이는 예산의 한계와 장기적인 유지·보수 부담을 줄이려는 현실적 고려로 해석된다.

경전차가 MBT를 눌렀다…가격이 갈라놓은 전차의 미래
K-2와 레오파르트가 떨어지고, 튤파르와 CV90이 남았다는 건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었다. 가격과 운영 효율성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경전차 모델이 있었다는 뜻이다. 특히 CV90-120은 120mm 주포를 장착하면서도 장갑차 기반의 경량 플랫폼을 유지해, 도입 단가와 유지비가 낮다. MBT보다 40~50% 저렴한 경전차는, 국방 예산이 부족한 국가들에겐 매력적인 대안이다. 실제로 튀르키예는 현지 생산 및 후속지원까지 보장하며 사업 참여에 적극 나섰고, 스웨덴 역시 현지화 가능성을 내세워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고 있다. 기술력만으로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이 된 것이다.

폴란드 효과는 슬로바키아까지 닿지 못했다
폴란드에서 시작된 K-2PL의 성공은 방산계에 ‘도미노 수출’ 기대를 안겼다. 슬로바키아도 폴란드와 협약을 맺은 상태였고, 폴란드에서 조립된 K-2PL을 공동 운용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최종 후보 탈락으로 인해 K-2의 동유럽 확산 기대는 제동이 걸렸다. 폴란드 생산 기지를 활용해 납기 단축, 군수 지원 최적화 등의 이점이 있었음에도, 슬로바키아의 선택은 달랐다. 결국 단가, 유지비, 현지 생산 유인책이 핵심 요소였고, 이 조건에서 K-2가 불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력만으로는 뚫을 수 없는 장벽을 실감하게 되는 대목이다.

경전차 시장에 맞춘 한국형 전략도 필요하다
슬로바키아의 사례는 K-2 같은 고성능 무기체계가 언제나 선택받는 건 아니라는 현실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성능은 우수하지만, 도입비와 유지비 부담이 높은 무기체계는 경제성이 더 중요한 국가들에겐 부담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 동유럽 등 예산이 제한적인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선 한국형 경전차 플랫폼 개발이나, 모듈화 방식의 맞춤형 무기 공급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무조건적인 MBT 수출이 아니라, 차체와 무장을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는 경량 전투 플랫폼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 한국 방산이 기술력에만 기대지 않고, 수요자 중심 전략으로 확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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