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로감염은 주로 화장실 위생이나 배뇨 습관과 관련된 질환으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 대다수는 욕실 환경을 더 신경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오히려 욕실보다 ‘주방’이 요로감염의 주요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날고기를 자를 때 사용하는 ‘도마’가 주요 오염원이라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날고기의 끈적한 성질이 박테리아의 이동성과 생존력을 높여, 조리 과정 중 손과 조리도구를 통해 인체로 옮겨갈 수 있다고 밝혔다. 단순한 식중독 위험을 넘어서, 조리 위생이 감염병 예방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요로감염, 단순한 비뇨기 문제로 보면 안 된다
요로감염(UTI)은 소변이 지나가는 길인 요로계에 박테리아가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주로 여성에게 흔하며, 빈뇨·배뇨통·하복부 통증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는 대장균이 항문 주변에서 요도로 침투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며, 화장실 위생이나 속옷 관리, 성생활과 관련된 생활 습관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들은 요로감염의 감염원이 꼭 ‘신체 외부 접촉’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식품을 통한 경로, 그 중에서도 주방에서의 날고기 취급이 감염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다.

날고기 속 박테리아, 도마에서 손으로… 손에서 체내로
날고기는 고유의 끈적한 점액질을 갖고 있어, 표면에 붙은 박테리아가 쉽게 떨어지지 않고 조리 기구에 남기 쉬운 특성을 갖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도마나 칼 같은 조리 도구에 이 끈적한 물질이 남아 있을 경우, 간단한 물 세척만으로는 박테리아가 제거되지 않고 그대로 다른 음식이나 손으로 옮겨질 수 있다.
특히 도마 위에 날고기를 손질한 후 충분히 소독하지 않은 상태로 채소나 과일을 썰 경우, 박테리아가 익히지 않은 식재료를 통해 그대로 인체로 유입된다. 이때 섭취된 박테리아가 장을 통과해 항문 주변에 정착하게 되면, 요로로 침투해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위생 사각지대였던 ‘조리 중간 단계’가 감염 경로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욕실보다 청소가 느슨한 주방, 실제로 더 위험하다
욕실은 많은 사람이 ‘세균이 많은 공간’이라 인식해 정기적인 소독과 청소를 신경 쓰는 반면, 주방은 상대적으로 청결하다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주방의 도마, 행주, 개수대, 수세미 등은 물기와 유기물이 항상 존재하는 조건이기 때문에 세균 증식에 훨씬 유리한 환경이다.
특히 도마는 사용 후 세척은 하더라도 제대로 건조하거나 소독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플라스틱 도마의 경우 미세한 칼자국에 세균이 숨어 번식하기 쉽다. 이런 상태에서 도마를 공유하거나, 생고기-채소-과일을 같은 도마에서 처리하는 행동은 오염을 키우는 지름길이 된다. 연구진은 이처럼 무의식적인 조리 습관이 비뇨기 감염과 같은 장기적 건강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도마는 ‘용도 분리’가 가장 중요하다
도마를 안전하게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용도 분리’이다. 날고기, 생선, 채소, 과일용 도마를 각각 분리해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며, 여의치 않다면 최소한 날고기를 다룬 후에는 끓는 물로 소독하거나 식초, 락스 희석액으로 살균한 뒤 다른 식재료를 손질해야 한다.
도마 재질도 중요한데, 플라스틱보다는 내구성이 강하고 소독이 쉬운 나무 도마가 위생적으로 더 유리할 수 있다. 다만 어떤 재질이든 표면이 칼자국으로 손상되기 시작하면 교체 시점을 고려해야 한다. 도마를 건조할 때는 눕히지 말고, 세워서 완전히 말리는 것이 세균 증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일상적인 ‘손 씻기’가 감염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리 전후, 그리고 식재료 간 이동 시 손을 꼭 씻는 습관이다. 날고기를 만진 뒤 손을 씻지 않고 양념이나 채소를 다루면, 육류 오염원이 손을 통해 다른 식품으로 쉽게 퍼지게 된다. 특히 손톱 밑, 손가락 마디 등의 세균은 단순 물세척만으로는 제거되지 않기 때문에 비누를 사용한 30초 이상 손 씻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식품으로 인한 간접 감염은 대개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감염 경로를 인식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기침이나 발열 같은 감염 증상이 없더라도, 반복적인 요로감염이 있다면 주방 위생 상태를 점검해보는 것이 예방의 시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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