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경제플러스 = 이미주] 국내 AI 신약개발 기술이 마침내 글로벌 톱티어 제약사의 검증 무대에 올랐다. AI 단백질 신약 설계 기업 갤럭스(Galux)가 독일계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과 인공지능 기반 정밀 단백질 설계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하며, 한국 AI 신약 기술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입증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번 협업은 국내 AI 단백질 설계 기업 가운데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공식 공동 연구를 체결한 첫 사례로, 단순한 기술 소개나 PoC 수준을 넘어 실제 신약 개발 프로세스 내에서 AI 설계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검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 ‘발굴’이 아니라 ‘설계’…AI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
이번 공동 연구의 핵심은 갤럭스의 단백질 설계 플랫폼 ‘갤럭스디자인(GaluxDesign)’이 특정 기능을 갖춘 단백질을 초기 설계 단계에서부터 구현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신약 개발 패러다임과는 결이 다르다.
전통적인 항체·단백질 신약 개발은 방대한 라이브러리 스크리닝과 반복적인 최적화 과정을 전제로 한다. 반면 갤럭스는 AI를 활용해 ‘어떤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지’라는 조건을 먼저 정의하고, 그에 맞는 단백질 구조를 처음부터 설계(de novo)하는 접근법을 취한다. 이번 협업은 이러한 방식이 실제 글로벌 제약사의 연구 기준에서도 유효한지를 확인하는 시험대라 할 수 있다.
# 드노보 항체 설계 성과, 글로벌 협업으로 이어지다
갤럭스가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 파트너로 선택된 배경에는 이미 입증된 드노보 항체 설계 성과가 있다. 갤럭스는 올해 다양한 치료 표적을 대상으로 완전히 새로운 항체를 AI로 설계하는 데 성공하며 기술력을 축적해 왔다.
특히 상용 항체 치료제에 준하는 피코몰(pM) 수준의 강한 결합력을 보이는 신규 항체를 도출했고, 설계된 구조의 정확성을 실험적으로 검증함으로써 AI 설계 결과의 신뢰성을 높였다. 최근에는 타깃당 50개 내외의 소규모 설계만으로도 30% 이상의 결합 항체를 확보하며, AI가 단기간에 고품질 후보를 정밀하게 도출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
이러한 성과는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드노보 항체 설계 사례 가운데서도 상위권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번 베링거인겔하임과의 협업은 이 기술적 성과가 내부 실험 결과를 넘어 글로벌 제약사의 연구 무대에서 공식 검증을 받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 베링거인겔하임이 본 것은 ‘확장성’
베링거인겔하임은 내부 연구 역량이 강한 것으로 유명한 글로벌 제약사다. 이 같은 회사가 외부 AI 설계 기업과 공동 연구에 나섰다는 점은, 단순한 단일 프로젝트를 넘어 기술의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선택으로 해석된다.
양사는 이번 공동 연구를 통해 확인된 기술적 가능성을 바탕으로, 향후 보다 넓은 범위의 협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 이는 특정 타깃에 국한된 연구를 넘어, AI 기반 정밀 단백질 설계 기술을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단계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석차옥 갤럭스 대표는 “베링거인겔하임과 함께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 협력을 진행하게 되어 매우 뜻깊다”며, “갤럭스는 원하는 기능을 갖춘 단백질을 AI로 처음부터 설계하는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이번 협력을 통해 이러한 정밀 설계 역량을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베링거인겔하임의 깊은 신약 개발 전문성과 갤럭스의 정밀한 신약 설계 역량이 만나 새로운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넓혀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한국 AI 신약, ‘검증의 문턱’을 넘다
이번 공동 연구 계약은 한국 AI 신약 산업 전반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그동안 국내 AI 신약 기업들은 기술 가능성을 입증해 왔지만, 글로벌 톱티어 제약사와의 공식 공동 연구는 제한적인 사례에 그쳤다.
갤럭스와 베링거인겔하임의 협업은 한국 AI 단백질 설계 기술이 글로벌 신약 개발 기준에서 실제로 활용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는지 검증받는 첫 본격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단순한 파트너십 발표를 넘어, AI가 신약 개발의 ‘보조 도구’를 넘어 설계의 주체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열렸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