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구마는 보통 쪄먹거나 구워먹는 게 일반적인데, 요즘에는 생고구마를 숟가락으로 긁어서 먹는 방식이 은근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의외지만 이렇게 먹으면 단맛이 더 극대화된다고 알려져 있어.
구운 고구마보다도 더 달고, 심지어 텁텁함도 덜하다고 하니 흥미로운 방식이 아닐 수 없다. 과연 고구마를 생으로 긁어먹으면 왜 단맛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걸까. 단순한 식감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그 이유를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고구마 속 아밀라아제가 단맛의 열쇠다
고구마는 본래 전분이 많은 뿌리채소인데, 이 전분은 그냥 먹으면 단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고구마 속에는 ‘아밀라아제’라는 효소가 들어 있어 이 효소가 전분을 당으로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아밀라아제는 온도와 습도, 그리고 시간에 따라 작용이 달라지는데, 특히 고구마를 천천히 긁어먹는 방식은 이 효소가 전분을 분해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주는 거다. 익혀서 먹는 것과는 다르게, 생으로 천천히 공기 중에 노출시키면서 긁어내면 이 당화 반응이 좀 더 강하게 일어나 단맛이 극대화되는 원리다.

공기와 접촉할수록 당화 반응이 활성화된다
고구마를 숟가락으로 긁어먹는 방식은 생각보다 과학적이다. 공기 중의 산소와 접촉하면서 고구마 안의 효소 작용이 더욱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단면이 넓어지고, 공기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전분이 당으로 변하는 속도도 빨라진다.
이런 반응은 고구마의 숙성된 정도에 따라서도 달라지는데, 수확한 지 오래된 고구마일수록 아밀라아제 활성도가 더 높아지는 경우가 많아 긁어서 먹을 때 확실히 더 단맛이 도드라지게 된다. 단순히 날로 먹는 게 아니라, 긁어서 공기 중에 노출시키는 행동 하나만으로도 맛이 달라지는 셈이다.

생고구마는 수분이 풍부해서 단맛이 더 부드럽게 퍼진다
생으로 긁어먹는 고구마는 조리된 고구마와 달리 수분이 많이 남아 있다. 그래서 입 안에 들어왔을 때 당 성분이 수분에 섞여 퍼지기 쉬워 더 달고 촉촉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거다.
익힌 고구마는 수분이 날아가면서 단맛이 좀 더 진하고 끈적하게 느껴지는 반면, 생고구마는 깔끔하고 가볍게 퍼지는 단맛을 주기 때문에 ‘단맛이 더 강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이게 바로 단맛의 종류가 다르다는 점이고, 생고구마만이 주는 독특한 단맛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긁어먹는 고구마는 숙성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고구마는 수확 후 일정 기간 숙성시키면 전분이 자연스럽게 당으로 변하면서 단맛이 올라오게 된다. 그런데 이 숙성된 고구마를 생으로 긁어먹으면 그 당화된 성분이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에 더 단맛을 느낄 수 있는 거다.
특히 밤고구마처럼 수분이 적고 전분이 많은 품종일수록 익히는 것보다 생으로 먹었을 때의 당 변화가 더 도드라지는 편이다. 이때도 긁어내는 방식은 조금씩 천천히 하는 게 핵심이다. 너무 급하게 벗겨내면 단면이 제대로 산소와 반응하지 못해 기대만큼의 단맛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생으로 먹을 땐 위장 부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물론 생고구마를 긁어먹는 방식이 무조건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고구마에 포함된 전분은 생으로 섭취할 경우 위장에 부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이나 평소 복부 팽만, 가스가 잘 차는 사람이라면 소량만 시도해보는 게 좋다.
아무리 단맛이 좋다고 해도 체질에 맞지 않으면 오히려 속이 불편해질 수 있다. 그래서 하루 한두 스푼 정도로 천천히 섭취하면서 내 몸과 맞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너무 공복에 먹기보다는 가볍게 식사와 함께 곁들이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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