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군용기 530여 기를 맡긴 아·태 유일 정비창
대한항공의 방산 사업은 1975년 고 조중훈 회장이 “국가 소명”을 내세우며 항공기 생산·정비 분야에 뛰어든 것에서 시작됐다. 같은 해 군수업체로 지정된 뒤 김해공항 인근에 약 700억 원을 투자해 테크센터를 건설했고, 이 시설은 단순 민항기가 아닌 군 보안 1급 수준으로 관리되는 미군·한국군 종합 정비 기지로 운용되고 있다. 특히 1979년부터 미군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유일의 종합정비창 역할을 수행하며, 1983년 이후 현재까지 530여 기 이상의 미군용기가 이곳에서 분해·점검·재조립이 이뤄지는 ‘창정비’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F-15, 아파치·블랙호크·치누크 등 다양한 전력의 성능개량과 수명연장을 담당해 미국 측 신뢰를 쌓았다.

F-35 국내 정비 권한의 숨은 배경
대한항공은 2010년대 중반까지 미 공군으로부터 약 4억 달러 규모의 F-15 성능개량 및 창정비 사업을 수주해 60여 기 이상을 정비했고, 미 육·공군 헬기들의 구조 보수와 부품 교체를 꾸준히 수행했다. 이러한 장기 실적과 공정·보안 관리 능력은 미국 의회와 국방부가 민감한 기술을 공유하는 기준을 충족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 결과 한국은 F-35 스텔스 전투기의 동북아 정비 거점 중 하나로 선정돼 국내에서 정비·보수를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고, 대한항공은 이 체계 구축에 핵심 역할을 맡았다. 만약 이런 정비 인프라와 신뢰가 없었다면, 한국 공군은 7조 원대 예산으로 도입한 F-35를 수리할 때마다 일본 등 해외로 보내야 했고, 시간·비용 부담은 물론 기체 가용률 저하라는 심각한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3조 원 조기경보통제기·UH-60 개량 수주
최근 대한항공은 공중 조기경보통제기(일명 ‘하늘의 레이더’) 도입·개량 사업에서 약 3조 원 규모의 사업을 연이어 따내며 군 정찰·지휘통제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동시에 9천억 원대 규모로 알려진 UH-60 블랙호크 헬기 성능개량 사업을 수주해 기체 구조 보강, 항전·임무장비 교체, 수명 연장 작업을 맡고 있으며, 이는 육·공군 항공 전력의 현대화를 뒷받침하는 핵심 사업으로 평가된다. 이런 대형 프로젝트는 대한항공이 단순 유지·보수 수준을 넘어 복합 센서·통신·소프트웨어 통합까지 수행하는 종합 시스템 인티그레이터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인기·전술 정찰 플랫폼으로 확장
대한항공은 과거 500MD·UH-60 블랙호크 라이선스 생산, F-5(제공호) 조립 등 유인기 중심 경험을 쌓은 뒤, 2000년대부터 무인기 분야로 축을 옮기기 시작했다. 2004년 근접 감시용 소형 무인기 개발에 착수했고, 2014년에는 사단급 전술무인정찰기 KS-9를 100기 이상 육군에 납품해 군단급 작전 반경(100~150km)을 커버하는 전력을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통신·영상정찰·지상통제체계 통합 능력을 확보하며, 향후 중·대형 무인정찰기 및 장기체공 플랫폼 개발 기반을 다졌다.

스텔스 무인 편대기, 미래 공중전 준비
대한항공의 차세대 먹거리는 스텔스 무인기와 유·무인 편대기(유인 전투기와 함께 날아가는 ‘윙맨’ 드론) 분야다. 2010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스텔스 형상·저피탐 운용 기술을 연구해 왔고, 2022년부터는 ADD 주관 ‘스텔스 무인편대기 개발’ 과제에 참여해 유인 전투기를 엄호·지원하는 무인전력을 개발하고 있다. 이 편대기는 적 방공망 돌파, 전자전, 표적 지정, 기만 임무 등을 분담하는 미래 공중전의 핵심 전력으로 예상되며, 대한항공은 형상 설계·기체 제작·임무 시스템 통합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고 있다.

미국이 ‘3조 원’을 걸어도 찾는 이유
미국은 인도태평양 억제 전략과 글로벌 전력 배치를 유지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 내에 고급 정비·개량·생산 기지를 두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수십 년간 미군용기 정비와 성능개량을 수행하며 기술·보안·납기에서 검증된 몇 안 되는 민간 기업으로,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 밖에서 활용할 수 있는 최고 수준 항공 MRO·개량 플랫폼”에 해당한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헬기 개량·F-35 정비·무인기 개발까지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는, 미국이 수조 원 규모 사업을 함께 추진하면서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그만큼 대한항공은 항공사라는 간판 뒤에서 한국과 미국의 공중전력 유지에 동시에 기여하는, 독특한 민간 방산 파트너로 재조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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