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우리 장병 두 명이 다리를 잃었던 2015년 이후, 대북 보복 공작 임무를 수행하고 귀환하던 HID(Headquarters of Intelligence Detachment·대북 특수공작부대) 요원들을 임무 직후 폭사시키라는 지시가 실제로 내려졌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군 안팎에 충격을 주고 있다. 당시 속초 HID 부대장이던 박민우 육군 준장은 “요원들이 북한에서 작전을 마치고 남측으로 복귀하는 순간, 위성전화 신호로 연동된 폭발 장치를 작동시켜 제거하라”는 상부 지시를 거부했고, 이 지시의 배후로 내란 모의 혐의로 기소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지목됐다.

목함지뢰 도발 이후, HID에 내려진 ‘복수 공작’ 미션
2015년 8월 경기도 파주 DMZ에서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가 폭발해 하재헌·김정원 하사가 양측 다리와 발목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군 합동조사 결과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통문 앞뒤에 목함지뢰 3발을 고의 매설한 것이 확인되면서,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재개와 함께 비공개 보복 공작을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HID 요원들이 북측 지역에 침투하는 고강도 대북 특수임무를 부여받았고, 몇 달에 걸쳐 이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무 끝나면 폭사시켜라”…전 HID 부대장의 국회 증언
2025년 국회 ‘비상계엄·내란 혐의 진상규명’ 특위 청문회에 출석한 박민우 육군 2군단 부군단장(당시 속초 HID 여단장)은, 2016년 대북 공작 준비 당시 상부에서 내려온 충격적 지시를 공개했다.
박 준장은 “중요 대북 임무를 6개월간 준비하는 과정에서, 노상원 당시 정보사령관이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HID 요원들을 폭사시키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어떻게 제거하냐고 묻자 ‘원격 폭파 조끼를 입혀 보내고, 돌아올 때 터뜨리라’는 말까지 들었다”며 “반인륜적 지시라고 판단했지만, 정면 항명 대신 부하들을 어떻게든 무사 복귀시키는 쪽으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위성전화–폭발장치 연동, 귀환 순간을 노린 ‘내부 제거’ 설계
박민우 준장의 추가 증언과 군 관계자 진술에 따르면, 당시 정보사 내부에서는 HID 요원들이 북한 작전 중 사용하는 위성전화 신호를 기폭장치와 연동하는 방식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HID 팀은 임무 중 본부와 위성전화로 연락을 주고받는데, 귀환 보고를 위해 전화가 연결되는 찰나를 ‘트리거’로 삼아 원격 폭발 조끼나 차량 폭탄을 작동시키는 구조였다. 쉽게 말해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와 연락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폭탄 스위치를 누르게 만드는 방식”이었던 셈이다. 이 계획이 실행됐을 경우, 북측 지역 혹은 경계선 인근에서 요원 전원이 ‘작전 중 전사’ 처리될 수 있는 위험천만한 구상이었다.

명령 거부 아닌 ‘우회 무력화’…부하 살리려 선택한 길
박 준장은 청문회에서 “정면으로 ‘못 하겠다’고 거부하면 HID 조직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어, 겉으론 준비하는 척하면서 실제 실행 단계에서는 요원 안전을 최우선으로 설계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폭파 장치 설치를 최대한 지연시키고, 귀환 루트와 보고 절차를 바꾸는 등 실무선에서 계획을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결국 해당 지시는 현실적으로 실행되지 않았고, HID 요원들도 실제 폭사 사고 없이 임무를 마쳤으나, 그는 이후 정보사 항명 사건으로 기소돼 지휘부와 갈등을 겪었다.

노상원 전 사령관, “요원 폭사 지시” 의혹과 내란 수사로 번진 후폭풍
‘12·3 비상계엄 내란 모의’ 사건 핵심 인물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내란 수사 과정에서 과거 HID 요원 폭사 지시 의혹까지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 내란 특검은 2025년 9월 “임무 수행을 마친 정보사 요원들을 폭사시키라는 노 전 사령관의 지시가 실제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박민우 준장 등 관련자들을 비공개 소환 조사했다.
노 전 사령관 측은 “특수작전 안전규칙 차원의 발언이거나 왜곡된 증언”이라고 부인하지만, 박 준장의 구체적 증언과 당시 HID 내부 분위기, 폭발물·위성통신 장비 구매 정황 등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수사는 ‘대북 공작’에서 ‘자기 요원 제거 공모’ 의혹으로까지 번진 상태다.

HID 요원들에 남은 상처, “적보다 더 두려웠던 건 우리 편 명령”
당시 임무에 참석했던 HID 예비역들 사이에선 “북한 땅보다 더 무서웠던 건 서울에서 날아온 명령”이었다는 자조가 나온다. 목함지뢰로 두 다리를 잃은 전우의 복수를 하겠다며 목숨 걸고 북측으로 넘어갔지만, 돌아오는 길에 자신들이 들고 있던 위성전화가 ‘기폭 스위치’가 될 뻔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군 안팎에서는 “적지를 다녀온 요원들을 버리는 방식의 공작 발상은 군 조직의 근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비판과 함께, 특수부대 운용에서 최소한의 윤리·법치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ID와 같은 대북 공작부대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는 지금, 이 사건은 **‘적의 지뢰보다 더 위험할 수 있는 내부의 폭탄’**을 경고하는 사례로 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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