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진영 “한미연합훈련 중단·접경 완충지대 복원” 동시 요구
진보 성향 정치인과 시민사회 단체들이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접경지역 완충지대 복원을 동시에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일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적대종식 평화협력 촉구 국회·종교·시민사회 시국회의’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을 포함한 국회의원 13명과 개인 218명, 시민단체 357곳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군사훈련과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남북 관계를 군사적 긴장 상태에서 벗어나게 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미연합훈련이 비용 부담과 군사적 긴장의 주요 원인이라는 인식 아래, “한미연합군사연습은 중단돼야 하며 접경지역의 완충지대를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동시에 제기하면서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논쟁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9.19 군사합의 복원 요구, 현실적 한계와 논란
시국회의가 강조한 핵심 요구 중 하나는 2018년 체결된 9.19 군사합의의 선제적 복원과 공중·해상·육상 완충지대의 재설정이다. 9.19 군사합의는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상호 사격훈련과 정찰비행, 무인기 활동을 통제하는 내용을 담았으며, 당시 남북 간 긴장 완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양측이 이후 여러 차례 합의를 위반했고, 정부는 2024년 6월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 등 반복적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합의의 효력을 정지한 바 있다. 북한은 그보다 앞선 2023년 11월 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하며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라”는 요구는 상대국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인 완충지대 복원을 주장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과 현실성 논쟁을 피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완충지대는 신뢰와 상호 합의에 기초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쪽의 요구만으로 복원이 가능할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훈련 축소 논의 재점화 우려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는 국내 진보진영의 주장만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기 재임 당시 “한미연합훈련 비용 대부분을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며 주요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중단한 전력이 있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 프리덤 가디언,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 등이 중단됐고, 일부는 컴퓨터 기반 모의훈련으로 대체되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괌에서 한반도로 폭격기를 날려 훈련하는 데 수억 달러가 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미 랜드연구소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김정은과 협상에 참여하면 싱가포르 당시처럼 일부 연합훈련이 취소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비용 중심 외교 기조와 국내에서의 훈련 중단 요구가 맞물릴 경우, 훈련 축소 논의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이 갖는 전략적 의미와 안보 태세
국방부는 한미연합훈련이 단순한 훈련 프로그램이 아니라 한미동맹과 연합방위 태세 유지의 기본 축이라고 강조한다. 반복적인 연합훈련을 통해 양국 군은 지휘소 운영, 부대 기동, 통합 작전능력 등을 점검하며 유기적으로 대응능력을 확립한다. 특히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같이 연합작전 수행 능력을 입증하는데 연합훈련은 필수적인 전제조건으로 여겨져 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연합훈련 축소나 중단은 연합방위 태세의 약화로 직결될 수 있다”며 “대북 억제력과 안보 신뢰 구축도 후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전과 유사한 환경에서의 훈련은 아군의 일체성과 상호운용성을 높이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해 왔다는 점에서도, 단순한 비용 논란을 넘어 전략적 기반 유지의 중요성이 재확인되고 있다.

전문가들 “북 도발 외면한 주장” vs “정책 전환 필요”
훈련 중단과 완충지대 복원 요구에 대해 안보 전문가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보수·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은 2023년 이후 17회 이상 9.19 군사합의를 위반했고, 해안포 포문을 수천 회 개방하는 등 적대 행위를 지속했다”며 “일방적 완충지대 복원 요구는 현실적 위협을 외면한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그들은 군사적 균형과 억제력 유지의 관점에서 완충지대 복원 논의가 상대의 구체적 행동 변화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일부 외교·평화 연구자들은 전쟁 억제와 긴장 완화를 위해서는 군사적 접근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대화 채널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군사훈련과 대북 정책이 삶의 질과 안전을 동시에 고려하는 방향으로 조정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이처럼 같은 요구라도 그 해석과 정책적 함의는 상이하며, 향후 정치·안보 논쟁의 핵심 의제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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