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해군 CEC, 한국 배제 논란
미 해군이 함대 방공의 핵심 기술인 합동교전능력(CEC·Cooperative Engagement Capability)을 일본과 호주에는 제공하면서, 정작 한국에 대해서는 “수출이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동맹국임에도 최신 네트워크 중심 전력에서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결국 한국이 독자 체계 개발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CEC 수출 불가 통보
우리 해군의 CEC 도입 좌절 정황은 2025년 국정감사 과정에서 처음 공개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강대식 의원실이 해군 측 자료를 통해 “해군이 2023년 6월경 CEC 수출 가능성 검토를 요청했지만 미국 측에서 거절했다”는 내용을 확인한 것이다. 다만 이 질의가 정부 대 정부의 공식 도입 절차가 아닌, 1함대 사령관 라인에서 미 해군 국제사업실에 보낸 비공식 문의 수준이었다는 점 때문에, 이를 곧바로 최종적인 ‘정식 거부’로 단정하긴 어렵다는 신중론도 함께 제기된다.

CEC의 정체, “다른 배 레이더를 내 것처럼”
CEC는 미국 해군이 운용하는 대표적인 네트워크 기반 교전 체계로, 함정·조기경보기·전투기·지상 및 해상 레이더 등 각종 센서를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처럼 묶는 기술이다. 각 플랫폼이 각자 적을 보고 각자 교전하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어느 한 플랫폼이 포착한 적 항공기·미사일·함정을 다른 모든 플랫폼이 ‘똑같이 본 것처럼’ 공유해 쓰는 것이 핵심이다. 이 덕분에 한 함정이 수평선 너머에서 날아오는 저고도 대함미사일을 먼저 발견하면, 아직 그 표적을 직접 레이더로 잡지 못한 다른 함정에서도 곧바로 요격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다른 배의 레이더와 눈을 내 것처럼 쓰는 시스템”이 구현된다.

초수평선·탄도미사일 방어까지 좌우하는 기술
현대 해전에서 CEC의 유무는 전투 양상을 완전히 바꿔 놓을 정도로 중요하다. 기존 수상함 레이더는 지구 곡률 때문에 약 40km 너머의 저고도 표적을 직접 포착하기 어렵지만, CEC를 통해 조기경보기(E-2D), 스텔스 전투기(F-35), 이지스함, 심지어 위성까지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으면 수백 km 밖에서 접근하는 위협을 조기에 발견해 대응할 수 있다. 탄도미사일 방어에서도 다수의 센서가 표적 정보를 공유하면서 요격 기회를 여러 번 확보할 수 있어, 단일 플랫폼에 의존할 때보다 성공률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재밍·악천후·스텔스까지 함대 차원으로 대응
CEC의 강점은 전자전과 악천후 상황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적이 강력한 재밍을 걸어 특정 전투함의 레이더를 마비시키더라도, 재밍이 덜한 다른 플랫폼이 대신 표적을 탐지·추적해 데이터를 넘겨주면 레이더가 먹통이 된 함정도 사실상 ‘눈을 뜬 상태’로 교전을 지속할 수 있다. 스텔스 표적에 대해서도 여러 방향에서 얻은 작은 정보 조각들을 통합해 비행 궤도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기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탐지·요격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호주는 CEC 네트워크 편입, 한국은 바깥
일본과 호주는 이미 이 체계에 실질적으로 편입된 상태다.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함과 E-2D 조기경보기는 미 해군과 CEC를 공유하면서 사실상 ‘공동 함대’ 수준의 통합 방공망을 구성하고 있고, 호주 역시 일부 구축함과 항공 전력이 CEC를 적용받으며 미군과의 네트워크 연동을 강화해 왔다. 반면 한국 해군의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정조대왕급 구축함 등은 고성능 레이더와 미사일을 갖추고도 CEC급 합동교전능력 없이 각자 센서와 무기를 중심으로 전투를 수행하고 있어, 같은 무장을 갖고도 실질 전투 효율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국이 한국에만 닫은 문, 해석 엇갈리는 배경
미국이 일본·호주에는 기술 문을 열어두면서도 한국에는 CEC 수출을 꺼리는 이유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하나는 이번 문의 자체가 비공식 라인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미 측이 원론적인 수준에서 “현재로서는 수출이 어렵다”는 회신만 했다는 ‘절차 미비’론이다. 그러나 보다 구조적인 이유를 지목하는 시각도 적지 않은데, CEC 제공은 단순 장비 판매를 넘어 함대 단위 작전 정보를 공유하는 수준의 신뢰를 요구하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 견제의 1차 전선에서 일본·호주와의 연동을 우선시하고 한국에는 기술 유출 가능성, 동북아 정치 환경, 한·미·일 협력에 대한 국내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해군 전력의 구조적 공백 우려
이러한 상황은 한국 해군 전력 운용에 구조적 공백을 남길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세종대왕급이나 정조대왕급에 최신 대공·탄도탄 요격 미사일을 탑재하더라도, 타 플랫폼의 센서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 합동 교전을 수행하지 못하면 결국 ‘자기가 본 것만 쏠 수 있는’ 상태를 벗어나기 어렵다. 구형 전투함이나 중소형 함정 역시 CEC가 있다면 대형함이 찾아준 표적을 대신 타격하며 함대 전체의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현재처럼 각자 따로 싸우는 구조에서는 예산 대비 전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한국형 CEC ‘MIAAS’ 개발과 향후 과제
이 같은 한계를 인식한 우리 군은 국산 합동교전능력 확보를 중장기 목표로 설정하고 ‘해상통합방공체계(MIAAS·가칭)’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 한국형 전술데이터링크, 함정·항공·지상 센서 통합 알고리즘, 고속·고신뢰 통신망, 사이버·암호 방호 기술 등을 모두 엮어야 하는 고난도 통합 사업인 만큼, 일정·예산·운용 개념을 일관되게 밀어붙일 수 있는 정치적·조직적 의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결국 일본과 호주에 최신 기술을 과감히 넘겨준 미국의 선택은, 한국이 더 이상 외부 기술 제공만 기대하며 전력을 설계할 수 없는 시대라는 현실을 상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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