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개된 ‘최현함’ 내부, 의외의 여유 공간
북한 매체와 군 관련 채널에 공개된 화면을 보면, 최현함 내부는 함교와 전투정보실, 함장실뿐 아니라 군관·여군 침실, 복도, 식당, 의료 공간까지 비교적 깔끔하고 넉넉하게 꾸며진 모습이다. 천장 마감재를 적극 사용하고 2층 침대 위주의 넓은 격실을 배치해, 전통적인 북한 군함의 삭막한 이미지보다는 상선이나 중국·유럽 최신 함정에 가까운 인테리어를 흉내 내려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전문가는 “실제 운용 시 저 구조 그대로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고, 카메라에 잡히는 구역만 과장 연출했을 공산이 크다”면서도, “그래도 ‘우리는 이렇게 대우한다’는 상징적 메시지는 분명히 의식하고 만든 장면”이라고 분석한다.

‘북한판 이지스함’ 선전…실제 전력과는 별개
북한은 최현함을 두고 “대공·대함·대잠·대탄도미사일 능력과 초음속 전략순항미사일, 전술탄도미사일까지 운용하는 다목적 구축함”이라고 주장하며 사실상 ‘북한판 이지스함’으로 선전하고 있다. 김정은이 딸 김주애와 함께 남포조선소 진수식과 시찰에 나선 장면, 서해와 동해 전력 배치 지도가 띄워진 전자 해도 앞에서 보고를 받는 장면 등이 반복적으로 방영되며 체제 과시용 소재로 활용되는 분위기다. 다만 서해에서 동해로의 이동 과정에 예인선과 바지선이 동원됐다는 점, 위성사진 분석에서 추진계통 문제 의혹이 제기된 점 등으로 실제 전투함으로서 완성도와 신뢰성에 대해서는 회의적 평가가 많다. 그럼에도 내부 ‘보여주기’만 놓고 보면 한국 해군 장병들 사이에서도 “생각보다 훨씬 깔끔하다”는 반응이 나온 것이 사실이다.

한국 군함과의 아이러니한 비교, “우리 쪽이 더 열악해 보인다”
문제가 되는 대목은, 이 북한 군함의 내부가 우리 해군의 일부 함정보다 오히려 더 쾌적해 보인다는 점이다. 한국 해군 수병·하사 출신 예비역들 사이에서는 “국내 최신형 구축함조차 2·3층 침대를 빽빽이 넣은 격실에 수십 명이 생활하는데, 화면만 보면 북한 쪽이 침상 간 간격도 넓고 사생활 공간도 있어 보인다”는 자조 섞인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한국 해군 함정은 전투·운항 효율과 비용을 우선하다 보니 승조원 거주성을 후순위로 둔 설계가 많았고, 긴 항해·원해 작전 시 피로 누적과 스트레스가 크다는 문제 제기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호주 호위함 사업 탈락과 ‘거주성’ 논란
최근 호주 차세대 호위함 수주전에서 한국 조선소들이 일본·독일 업체에 밀려 탈락한 뒤, 그 배경을 두고 “항행거리 등 작전 요건 미충족이 핵심이지만, 승조원 거주성을 중시하는 호주 해군 문화와도 맞지 않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호주 측은 공식적으로는 한국 설계안의 항속 거리·배수량이 자국 해역 운용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지만, 방산업계 안팎에서는 “한국 군함은 무장과 센서는 훌륭한데, 승조원 생활 여건에 상대적으로 인색한 편”이라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선전용이긴 해도 ‘넉넉한 함내 공간’을 강조하는 장면을 내보내자, 국내에서는 “우리는 무기만 자랑하다 사람이 사는 공간은 소홀한 것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열악한 거주 환경, 전투력과 직결되는 문제
군사 전문가들은 함정·전차·장갑차 내부 환경 문제를 단순한 ‘편의성’ 차원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장기 임무 지속 능력과 전투력 유지, 심리적 안정과 직결되는 요소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좁은 격실에서 2층·3층 침대에 눕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냉·난방·소음·진동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여 집중력과 상황 판단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근무 기간이 길어지고 원양 작전이나 연속 파병이 늘어날수록, 승조원들이 “배에 타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상황”이 되면 우수 인력의 장기 복무 유인도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군인은 원래 힘들어야 한다’는 낡은 인식
국내 병영 문화에는 여전히 “군인은 원래 불편해야 한다”, “고생을 견디는 것이 정신력”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남아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거주성·생활 환경 개선 요구는 종종 “사치”, “나약함”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러나 NATO 회원국 해군이나 일본·호주 해군처럼 원양 위주의 장기 작전을 수행하는 해군들은, 오히려 승조원 거주성을 전투력의 일부로 보고 공간 설계·복지·식단 개선에 적극 투자해 왔다. 결국 병영 환경 개선은 ‘호화 복지’가 아니라, 첨단 무기 체계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필수 투자라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의 ‘보여주기’가 던진 역설적인 거울
물론 북한 최현함의 내부가 영상에 나온 수준으로 실제 운용될지, 함 전체에 동일한 환경이 적용됐는지는 알기 어렵다. 군사 선전에 익숙한 북한 특성상, 일부 구역만 과장 연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면이 한국 사회에서 화제가 된 이유는, ‘북한이 더 나아서’가 아니라 ‘우리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할 때가 됐다’는 불편한 자각 때문이다. 북한조차 승조원 거주성을 의식한 듯한 화면을 내보이는 지금, 한국 해군도 “무기 성능이 좋으면 됐다”는 수준을 넘어, 장병들이 인간다운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설계와 예산 배분을 요구받고 있다.

진짜 전투력은 ‘사람’에서 나온다
첨단 레이더와 미사일, 스텔스 전투기와 이지스함이 현대전의 얼굴을 바꾸고 있지만, 결국 그 장비를 운용하고 유지하는 것은 사람이다. 좁은 철제 선실과 땀 냄새, 소음과 진동 속에서 버티는 장병들의 컨디션이 곧 함정의 전투 준비 태세를 결정한다. 북한의 선전용 영상이든, 호주 사업 탈락 사례든, 공통적으로 던지는 메시지는 “플랫폼과 무기만이 아니라 그 안의 사람을 중심에 두는 군대가 진짜 강한 군대”라는 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함정·전차·전방 진지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을 위해, 한국 군 역시 장비 성능 경쟁과 더불어 거주성과 복무 환경 개선을 전력 건설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요구가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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